평화 농활대와 특별한 곳에서 시작될 새로운 인연에 두근두근 되는 마음. 평화 농활대를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나의 첫 마음이었다. 그 마음과 함께 시작된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설렘. 그 3박4일간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 덕성여대 2학년 박수현

마을 주민들이 운동 삼아 올라가는 문수산에서는 북한이 보인다. 그리고 마을에는 민간인 통제선과 해병부대가 있다. 이것을 알게 되는 순간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나를 평화농활대로 이끌었다. 농활의 진정한 뜻. 그것은 농촌 봉사활동이 아니라 농촌과 대학생의 연대활동이다. 특별한 곳에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농촌 연대활동을 넘어서서 더 큰 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나만의 기대에 빠져서 잊고 있었던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곳도 우리나라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이 진행되고 있는 농촌이라는 점이였다. 내가 만난 한 농민분은 약간의 분노와 함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셨다. “국민 10만명이 한미FTA를 반대해도 300명의 국회의원만이 한미FTA를 찬성하면 통과될 것이다”라고 말이다.

한번도 농민분께서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조금 충격이었고, 그만큼 FTA에 대한 농촌의 분노가 타올랐음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 분은 그러면서 한마디를 더 하셨다. “직접 겪어 보지도 않고 촛불 들고 반대만 외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이다.

조금 뜨끔하면서도 어쩌면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문제라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이론적인 부분에서만 자신있게 말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우리 농민들의 힘든 점을 진짜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반성하면서도 여기서 농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런 연대 활동을 통해서 진심으로 농촌의 소중함을 느끼고 FTA 반대를 외치는 등 농촌을 위한 활동을 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근로를 하러 나가서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다. 비록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이셨지만 대학을 다니는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셨다. 우리가 알아야할 상식이었지만 우리가 모르는 부분을 집어주셨다.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더 알아가야할 것이 많다고 깨우치는 시간을 갖게 해준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이었다.

나의 가장 기분 좋은 농활의 시간은 문수산을 등반한 시간이었다. 5시 30분이라는 스스로 놀랄만한 시간에 기상해서 졸린 눈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리가 향한 곳은 문수산이었다.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녔지만 현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지금 너무 적대적인 남북 관계에서 살아가고 있고, 매일 기사 등을 통해 접하면서 그런 상황을 느끼고 있다. 아마 이런 이유가 평화농활대로 강하게 끌렸던 이유였을 것이다.

등산을 한마디로 하자면 ‘힘들지만 좋았다.’이다. 망원경 없이도 북한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가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 하지만 문수산에서는 북한이 보였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한 민족끼리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와 닿아서 애틋함이 더해졌다. 이렇게 가까운데 우리는 왜 만날 수 없고 이야기할 수 없나 라는 생각에 약간 화가 나기도 하였다.

함께 등산을 하였던 농민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어쩌면 통일에 대하여 너무 무지한 채 통일을 바라고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순간 순간 우리가 이 곳에 서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 뜻 깊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이 곳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기도 하였다.

많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새로운 세상을 눈으로 보면서 우리의 3박 4일간의 평화 농활대는 끝이 났다. 함께 알아가고 경험해야한다는 것을 느끼고 우리가 너무나도 무지한 상태에서 우리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납득시키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우리는 다시 대학생활로 돌아왔다.

짧은 기간의 느낌과 깨달음이었지만, 우리는 너무나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새삼스레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일상생활로의 다시 한 발을 내딛었다. 우리에게 평화 농활대는 그런 곳이었다. 짧은 기간동안 다시 한 번 우리의 삶을 되새겨 보게 해주는...

다음에도 평화 농활대가 계속 될 것이다. 그 속에 자신을 녹인다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평화 농활대원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