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한됐던 학교급식 국내 농산물 사용의 길을 튼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2011년 12월 타결) 최종안이 지난해 3월 확정됐지만 10개월이 지난 현재 국내절차는 번역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2011년 12월에 타결된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은 ‘정부의 모든 급식프로그램에서 국내 농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업인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관심역시 모아져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횡성군)은 지난해 8월 “학교급식에 우리농수산물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될 WTO 정부조달협정 타결문에 대한 국문번역이 완료되지 않는 등 국회비준이 늦어지는 것은 국익에 철저히 반하는 행위”라며 “국내절차를 조속히 해결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다른 나라에 보여야 한다”고 정부와 외교통상부를 질타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최초 1994년 정부조달협정에 서명할 당시 ‘급식 관련 예외조항’없이 개방을 허용했다. 이후 농민과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급식 위생사고 발생 사례가 늘면서 학교급식 식재료에 우리농산물 사용을 명문화 해 안전성을 확보하자는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정부는 2006년 ‘학교급식을 포함한 정부조달 급식은 정부조달협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추가해 개정 협상을 위한 양허표를 WTO에 제출한 바 있다.

취재결과 국내절차 중 협정문 국문번역은 완료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현재 협정문 번역은 완료단계”라고 8일 밝혔다.
주무부서인 외통부 통상교섭본부 다자통상협력과에 따르면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 최종안 번역의뢰를 5월(2012.5.22.~2012.6.13.) 모 대학교수에게 했고, 초벌 번역된 협정문을 7월 초 관계부처(협정의 규정에 따라 조달하는 중앙정부기관으로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에 검토 의뢰를 했으며 지난해 가을 각 부처들의 검토의견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국문번역이 마무리되면 협정문은 외통부 조약국 검토,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국회비준동의절차 등의 과정을 통과 해야한다. 관계자는 앞으로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검토절차가 끝나면 WTO에 제출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현재 WTO GPA 42개 각 회원국(2013년 1월 현재)도 국내절차를 밟고있다. 관계자는 국내검토절차 완료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정안 타결로 큰 교통정리는 끝난 셈이지만 마지막 관문이 하나 더 남아있다. 회원국별로 진행된 국내절차를 바탕으로 WTO 정기회의에서 GPA 회원국의 2/3인 27개국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협정수락을 위한 기탁서’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탁서가 제출되면 30일 후에 발효된다. 현 시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WTO 정기회의는 오는 2월 27일에 잡혀있으며, 1년에 보통 5차례가 열린다.

지난 2일 ‘학교급식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발의한 황영철 의원실 측과 외교통상부 측은 공통적으로 27개국 이상의 동의는 수월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미국·일본·EU 등 국가는 이미 예외조항을 두어 자국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급식에 사용하고 있어 반대할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전망이다.

한편 외통부에서 GPA 협정문 국내검토절차 관련업무는 1명이 담당했으며, 해당 담당자가 지난해 11월부터 1달 넘게 건강상의 문제로 입원을 하게 돼 업무담당이 ‘공석’이 되면서 처리가 다소 지연됐던 정황도 확인됐다.

현재 GPA를 맡고 있는 담당자는 업무관장 1개월 차로,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타결된 협정내용으로 각 회원국들이 국내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국내절차를 마친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