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를 보라! 전국적으로 로컬푸드 바람이 거센 가운데 로컬푸드 매장의 모델로 경기도 김포가 주목받고 있다. 김포시는 작년 11월 7일 문을 연 김포로컬 푸드 ‘불편한 채소가게’와 올해 4월 19 일 개장한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등 현재 두 곳의 로컬푸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두 매장은 직거래장터나 생협, 대형마트 채소 코너 등 로컬푸드 형식을 일부 도입한 기존 방식과 달리 농민이 직접 가격을 책정하고 상품진열에서부터 재고관리까지 농민 스스로 적극적으로 매장 운영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로컬푸드 상설매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성공여부를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김포지역은 두 곳 매장의 개장을 시발점으로 고촌농협, 신김포농협, 파주인삼농협 등 농협을 중심으로 한 로컬푸드 매장과 민간에 의한 조합형태의 로컬 매장이 속속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의지와 맞물려 전국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는 로컬푸드가 농민과 지역, 건강한 밥상을 살리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식량닷컴이 그 표본으로 김포를 찾았다. <황인문 기자>

“실질적인 농가소득 확대 기여”,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경기 김포농협(조합장 김명섭)은 지난 4월 19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싱싱하고 안전한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바로 공급함으로써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밥상을 만든다는 목표로‘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장했다.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농협으로선 전북 완주 용진농협에 이어 전국 두 번째며, 수도권에선 체계를 갖춘 최초의 로컬푸드 매장이다. 매장은 200㎡ 규모로 기존 하나로마트를 리모델링했으며, 생산 농업인은 농산물을 직접 포장해 가격을 매기고 실명을 표시해 매대에 진열한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엽근채류 를 비롯해 잡곡ㆍ달걀ㆍ가공식품 등 50여 가지를 판매한다.

농한기인 11월부터 3월말까지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영농기인 4월에서 10월말은 7시까지 운영한다. 조합원에게 진열대 확보 우선권을 주고 있으며 조합원이 출하하지 않는 품목은 관내 농업인이 생산하는 물품을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출하농가가 농협 소포장 이용시설을 이용해 직접 포장하고 바코드를 출력하여 부착 판매된다. 엽채류 1일, 과채류 1~2 일, 근채류 1~3일까지 진열할 수 있으며 기간이 경과한 농산 물을 출하농가가 회수한다.

김포농협은 조합원 단체인 작목반의 지속적인 요구에 부응해 지난해 10월 완주 용진농협을 벤치마킹 하고 조합원 79명을 대상으로 의식교육과 실무교육 등 총 5차례의 교육을 실시해 로컬 푸드 시스템의 안정적인 매장운영을 준비해왔다는 설명이다. 김명섭 조합장은“ 향후 더욱 넓은 대지를 확보해 로컬 매장 오픈 전까지는 새벽시장으로, 마감 후에는 야시장으로 활용 할 수 있는 농산물 직판장 개설이 목표”라며“ 지역중심의 대안농산물 유통체계를 확립해 지역농가의 실질적인 농가소득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다품종 소량생산, 선순환 유통구조 목표, 김포로컬푸드 ‘불편한 채소가게’

정부의 유통단계 축소 공론화에 따라 최근 로컬푸드 매장 의 확대는 농협과 대형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백화점 등 기업형 투자가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포로컬푸드 공동판매장 ‘불편한 채소가게’는 민간 소자본 출자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엘리트농업대학 수료생 5명 이 공동출자해 세운 농업회사법인 엘리트농부 주식회사(대표 유승목)가 사업의 주체로 지역 내 1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수확시기에 따라 50여 농가가 진열대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7일 개장한 김포로컬푸드 공동판매장은 개장 100일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100% 친환경 농산물만으로 매장을 채우다 보니 모든 품목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원스톱 쇼핑이 되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상품에 대한 신뢰가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요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품에 표시된 QR코드를 찍으면 생산자가 제품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 독특한 아이디어도 눈에 띤다.

김포로컬푸드의 장기적인 목표는 소비자의 행복한 밥상이 농가의 웃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유통구조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한 사업 중 하나가 참여농가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다.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시기적절하게 선보이고 생 산자는 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생산자 단 체 대표를 중심으로 개별농가의 품종 다양화를 시도해왔으며 이같은 결과로 5월말경이면 매장이 제대로 구색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승목 김포로컬푸드 대표는 향후 마을별 로컬푸드 매장에 친환경 지역 농산물과 가공품을 공급 하는 집하장과 전처리시설을 갖춘다는 포부다.

생산적 경쟁, 상생(相生) 농업 기대

김포시의 로컬푸드 매장 활성화는 적절한 농산물 생산 기반과 소비구조에 기반하고 있다. 농지면적이 김포시 전체 면적 276㎢의 1/4 수준인 70㎢에 이르고 있으며 농민 비율은 전체 30만 인구 중 2만으로 7%가량이다. 농경지 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지산지소(地産地消)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로컬푸드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소득증가와 지속적인 영농활동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소비자 입장에선 안전하고 저렴한 먹거리를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숙제가 최근에 주어진 과제가 아니라는 점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과거정부도 ‘신토불이’ 등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비슷한 정책목표를 내걸었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주지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후죽순 검증되지 않은 로컬푸드 매장의 출현은 시장질서를 위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로컬판매장간 의 과다한 가격경쟁과 이로 인한 품질저하는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국 최초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해 큰 성과를 이룬 전북 완주군 농협 의 운영방식을 모방한 이른바 ‘짝퉁’ 직매장이 생겨나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그 이익을 돌리는 로컬푸드의 사회적 지향과 가치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로컬푸드는 단순한 유통단계 축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 가치는 설 자리를 잃은 가족소농 유지와 생산자와 소비자간 멀어진 사회적 관계의 회복” 이라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전략과 생산적인 경쟁, 농업의 근간이기도 한 공동체적 의식과 상생의 가치가 로컬푸드가 그려가야 할 창조경제의 밑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