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수카라(Suッkara)의 모습.

수카라(Suッkara)는 ‘숟가락’의 일본식 발음이다. 지난 2005년에 일본에서 창간된 잡지 이름이자, 홍대 앞 산울림 소극장 1층에 위치한 카페 이름이기도 하다. 일본에는 없고 한국 사람들만 쓰는 숟가락은 한국 고유의 음식 문화를 상징한다. ‘수카라’ 잡지의 창간 멤버이자 카페 ‘수카라’ 대표 김수향 씨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재일교포다. ‘수카라’라는 이름에는 진정한 한국의 맛과 멋을 일본에 알리고자 했던 그녀의 열망이 담겨있다.

“카페는 처음부터 ‘오가닉’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지금 우리 카페에서 생각하는 오가닉의 개념보다 훨씬 좁은 의미였죠. 무농약, 친환경, 유기농…. 수입 상품의 경우 페어 트레이드로 거래한 것 정도? 하지만 그 좁은 의미의 오가닉마저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재료 구하기도 어려웠지만, ‘맛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랑 기본적인 맛은 거의 안 바뀌었는데 맛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유기농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인 것 같아요.”

점심과 저녁 시간에는 오늘 낳은 유정란과 두유로 맛을 낸 치즈 오믈렛, 무농약 국산통밀로 만든 천연 효모빵과 채소 수프, 버터 치킨 커리 등 수카라만의 유기농 건강식이 제공된다. 수카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유기농 맥주나 와인을 마실 때는 홍성의 김연옥 농부가 정성껏 만든 유기농 치즈 한 접시나 브라질식 시나몬 파인애플, 병아리콩 샐러드를 추천한다.

봉화의 이봉진 농부가 키운 친환경 사과가 들어간 사과와 곡물 찜케잌, 두부치즈케이크, 로푸드(Raw Food) 요리사 Suzi가 만드는 진저만다린파이는 수카라의 인기 메뉴다. 식사나 케이크 류에 2천원을 추가하면 페어 트레이드로 거래한 유기농 커피를 곁들일 수 있다. 청정 우유를 직접 발효시켜 만든 요구르트와 제철 과일 주스 등 20여 가지 음료 메뉴에서도 세심한 정성이 느껴진다.

얼굴을 아는 사람이 생산한 제철 먹을거리

최근 김수향 대표와 카페 ‘수카라’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 하나 있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다. 일본에서 자랐고 지금도 가족이 일본에 살고 있는 김 대표에게 이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가져다 썼던 전기, 당연하게 사다 먹었던 채소를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상황. 공기도, 물도, 흙도 오염된 상황.

“나를 둘러싼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내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지요. 그 일을 계기로 우리 카페도 오가닉 개념 안에 제철 먹을거리, 가까운 먹을거리를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우리 메뉴에 재료를 맞추려고 했지만, 이제는 그 시기에 나는 재료에 맞춰 메뉴를 조정하지요. 그게 당연한 거고, 맞는 거니까요.”

유기농 쌀과 잡곡은 해남의 양동옥 농부가 운영하는 옛골 정미소에서 올라오고, 채소는 아는 농부들하고 계약 거래하거나 한살림과 에코 생협에서 공급받는다. 일부는 티벳 난민들을 지원하는 ‘록빠’나 도시 텃밭 공동체 ‘파절이’, 홍대 다리텃밭에서 받기도 한다. 그때그때 공급처가 바뀔 수는 있지만 바뀌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생산한 먹을거리’라는 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맞대고 거래할 수 있는 공간을 모색하던 김 대표는 최근 혜화동 ‘마르쉐’를 오픈해 기획자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진정한 ‘오가닉’ 함께 찾아가는 과정 즐거워

김수향 대표는 이곳이 식당이나 레스토랑이 아니라 카페라는 점을 강조한다. 카페는 기본적으로 소통의 공간이다. 여럿이 모여 회의를 할 수도 있고, 혼자서 편하게 들러서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 앉아서 유기농 커피나 두부케이크 한 조각과 소통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수카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음식은 부가적인 것,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그 메시지는 바로 오가닉. 그가 생각하는 오가닉이란 그저 음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이다.

“처음에는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것이 오가닉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때그때 우리가 생각하는 오가닉의 개념은 계속 변하더군요. 지금도 카페 스탭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늘 생각해요. 그 시점에 우리가 생각하는 오가닉을 실현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지향점이에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오가닉을 굳이 말로 하자면, 가능한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고 그녀는 말한다.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괴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 그 자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어떤 메뉴를 만들까, 이걸 좀 더 오가닉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카페 스탭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과정은 그녀에게 행복이다.
<임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