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사업자들이 경쟁력이 있을까?
대중음식점에서, 또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국내산 농축산물을 얼마나 사용할까?
사업 하는 사람들에게 국내산을 사용하자고 호소하면 자급률이 늘어날까?

쌀을 제외한 수입먹거리 자급률 3% 시대!
97%의 국민들이 수입농축산물을 먹고 산다.
농민들의 생산량이 3%를 초과하면 과잉생산으로 똥값이 된다.
국제법으로 정한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 농업생산량 한계는 3%에 묶여있다.

주곡인 쌀의 운명도 거의 다 해 가고 있다.
1993년 UR이 타결되면서 묶어 놓았던 관세화 유예기간이 올해까지만 유효하다.
내년에 또 다시 쌀 협상을 해야 하는데, 농민들은 힘이 없고,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

정치권의 선택에 달려 있는데…협상 주체인 박근혜 정부는 2년 전 한미FTA를 날치기로 처리한 전력을 갖고 있고,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식량산업은 어떻게 될까

UR이 타결되고 WTO시대로 진입하면서 수입농축산물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FTA시대와 함께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편입 되면서 우리나라 농업은 그 존재마저 위태롭게 됐다.

귀농귀촌정책으로 농업을 회생시켜 낼 수 있을까. 귀농에 성공하기도 쉽지 않지만, 일부가 성공한다 해도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또 로컬푸드를 외치고 있지만, 시설투자 등으로 농가부채에 허덕이는 전업농들에겐 아직은 남의 일이다. 그렇게 소량을 팔아서는 생활은커녕 이자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학교급식을 외쳐 왔지만 그 또한 선택 받은 몇몇 농민들의 대안일 뿐이다. 이에 너나 할 것 없이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때 친환경무상급식을 공약한 후보들을 선택했다. 그 결과 무상급식을 반대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그리고 1년 후에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무상급식을 공약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됐다.

이러한 6·2 지방선거 결과는 지난 10여년 동안 진행되어 온 학교급식 운동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급식 운동진영은 “국민들이 마음을 먹으면 우리나라 농업을 회생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지난해 12월 15일 WTO 정부조달협정 타결로 우리나라 학교급식에 국내산을 공급해도 WTO에 제소되지 않게 되면서 학교급식운동은 공공급식운동으로 발전되어 나가고 있다.

학교급식운동이 제도화 되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진행되어 온 지자체들의 학교급식 조례들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각 시군마다 학교급식센터를 설립하고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기 시작 했다.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센터들은 병원이나 노인, 장애인 등 공공시설에도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전국의 학교급식운동을 이끌어 왔던 ‘전국학교급식네트워크’도 ‘희망먹거리네트워크’로 이름을 바꾸고 학교급식법 전면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추곡수매제 폐지라는 국가적 차원의 직접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WTO 시대에 새로운 식량정책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학교급식에 대해 살펴봤다. 최근 전면적인 체계 개편과 함께 전국 농산물 주산지와 계약재배를 강화해 가고 있는 서울시의 학교급식을 통해 새로운 식량정책의 가능성을 전망해 본다.

지난 7월 23일 서울시가 새로운 서울시학교급식 공급체계를 확정했다. 그동안 유통업체 중심으로 진행되던 학교급식을 생산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전국 9개 도를 대상으로 대표 공급자를 선정했다. 그동안 배송업체가 담당했던 학교 및 산지와의 계약재배 주체도 서울친환경유통센터로 교체하면서 공공성을 강화했다.

농업이 없는 서울시의 이러한 변화는 WTO 시대를 맞아 특별한 대책이 없는 농업정책의 현실 속에서 농민들에게 희망을 심어 준 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서울시 학교급식은 농업을 중심으로 한 지자체들의 각축전이 돼 왔다. 그 만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학교들이 더 저렴하고 우수한 식재료를 요구하면서 식재료 가격 경쟁의 온상이기도 했다.

서울시의 학교급식은 2009년 가락시장에 천막을 치고 25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 후 2010년 본 사업을 하면서 270개 학교, 2011년 588개 학교, 2012년 782개 학교, 2013년 현재 861개 학교로 늘어났다. 서울 관내 1319개 학교 중 65%가 서울시에서 주도 하는 학교급식에 참여 하면서 서울시의 학교급식이 식량정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학교급식 현황을 보면 초등학교 91%, 중학교 61%, 고등학교 19%, 특수학교 86%를 기록 하고 있다. 이후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경기도와 인천 등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 공공급식까지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농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전국적으로 같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군대까지 공공급식을 할 수 있다면 자급률 3%인 우리나라 농업이 감당할 수 있을까.

현재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진행 하도록 되어있는 학교급식법을 전면 개정해 급식 예산의 50%를 국가가 부담하게 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들에게 건강을, 농민에게 희망을”
학교급식은 국민과 함께 하는 운동이며, 온 국민이 함께 하는 식량운동이다.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