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서울시교육청 문용린 교육감은 지난 11월 4일 학교의 자율권 확대 및 수요자의 만족도 제고를 위해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방법을 개선한다고 발표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의 학교급식기본지침에 정하고 있는 식재료 구매시 수의계약 범위가 일반 업체의 경우 5백만원 이하 이나,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의 경우만 2천만원 이하까지 가능한 점을 들어 업체간 형평성에 어긋난 지나친 특혜 및 불공정 행위라 규정하였다. 또한 친환경유통센터 이용이 학교의 자율권, 즉 학교장의 업체선정 권한을 침해한다는 논리로 개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2년 서울시교육청은 식재료 구매지침을 통해 수의계약 한도를 일반 업체의 경우 5백만원, 친환경유통센터의 경우 2천만원으로 조정하여 센터의 이용을 권장하였다.

이 같은 지침이 시행된 이유는 일부 학교장의 급식업자 선정에 대한 결정 권한 남용으로 민간 급식업자들과의 유착비리가 발생하고, 저질의 식재료가 학교에 납품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계 및 시민단체는 이러한 비리의 고리를 차단하고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급식지원센터 설립이 대안이라 요구하였으며,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받아들여 지금의 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당시의 문제점들이 개선되었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이 내세운 학교의 자율권 확대 논리는 최종 소비 주체인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센터를 이용하는 학교의 확대로 인해 기득권을 잃어가는 급식업자들의 집요한 로비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합작품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기관과 영리를 목적으로 민간급식업체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 할 수 있단 말인가.

서울시교육청 지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들의 급식의 질과 안전성을 후퇴시키는 친환경식재료 권장사용비율을 축소한 것이다.

계절별 식재료 수급 및 식단 구성의 어려움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친환경유통센터의 이용을 축소하고, 민간업자들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친환경농산물은 재배의 어려움으로 사전에 판로가 확보되지 않고서는 지속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친환경식재료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9개 도지사가 추천하는 광역별 공급주체를 선정하고 시기별 계약재배를 통해 식재료 조달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시범운영을 거쳐 금년 11월부터 정상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반 급식업체에 대한 수의계약 한도를 높이고 친환경식재료 사용비율을 축소하는 것은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한 이용학교수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또한 소량 다품목의 친환경농산물을 자체적으로 구매해야하는 급식업자들 입장에서는 친환경식재료 비율이 낮아진다면 구매하기 힘든 친환경농산물 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일반농산물을 공급하고자 할 것이며, 이로 인한 급식의 질은 하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교육청은 급식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렸다. 친환경식재료 사용비율을 낮추어 식단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스턴트 가공식품의 비율을 높인다는 말과 다름없다.수입 저질 식재료에 화학첨가물이 범벅인 인스턴트식품 비율을 높여 주는 것이 수요자의 만족도 제고일 수는 없다.

식생활교육을 통해 제철에 나는 친환경 먹거리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이를 통해 우리농업의 소중함을 알려나가도록 일선 학교를 독려하는 것이 교육청의 역할이다.

따라서 금번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의 식재료 구매지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