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건강을 기본으로 교육권과 인권보호 차원에서 시민합의로 만들어진 친환경무상급식이 교육으로서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식재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공적 기능이 담보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서울시는 학교가 친환경농축산물을 공공의 영역(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을 통해 공급받는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우수농축산물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에 따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설치, 서울시 800여 학교에 안전한 식재료가 차질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산지직거래방식의 납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우수농축산물지원 사업은 친환경 식재료를 70%이상 사용토록 권장하면서 친환경생산농가에게 판로를 제공해 우리 농업 발전에 활력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한편 친환경급식지원센터가 설치된 자치구에서는 우수농축산물지원 사업으로 관리되는 농축산물이외의 식재료품목 또한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므로 공동구매시스템 또한 구축, 학부모를 비롯한 학교급식주체가 모두 참여하는 품평회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그 중에서 학교가 납품업체를 선택하여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참여 자치원리로 학교급식 공무(公務)를 수행, 그동안 최저가 원칙으로 전자입찰(G2B, eaT등)을 통한 납품방식에서 드러난 ‘품질과 시장에 의존하는 변동가격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업자와 밀착한 학교부패 역시 잠식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친환경 쌀, 김치,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점차 품목이 확대되고 있고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을 배제한 교육으로서 학교급식의 공공성(公共性) 담보며 민주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서울의 급식체계를 전면 뒤엎는 내용의 방침서를 시와 25개자치구에 송부했다.

‘급식센터나 친환경유통센터와 같은 외부기관으로부터 식재료선택권에 대한 학교장과 학운위의 권한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줄 것’과 ‘학교수의계약 범위확대 및 친환경 식재료 비율 50%로 완화’를 골자로 한다.

한마디로 ‘식재료에 농약을 치고 안치고는 중요하지 않으며 학교가 판단해서 수의계약 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교육청은 학생건강권보다 교장권한을 더 중시하며 시장중심자율권보장으로 학교급식체제변화를 준다는 것이다.

뭔가 심히 이상하다. 이쯤에서 과거 10년이나 전국최고부패행정을 기록하고 급식업체뇌물수뢰로 구속된 유취만년(遺臭萬年) ‘공’ 모 교육감 얼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