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심 전주 한들초등학교 영양사

전화기가 진동으로 계속 울리는 데도 통화버튼에 선뜻 손이가지 않는다. 찬바람이 불어서일까? 휴일을 보낸 뒤 노곤함일까?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전화가 울린다는 것은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위치에서는 불길한 직감으로 이어진다. 아침 6시 무렵부터 울리는 이 전화를 망설이다가 받았다. 역시나 예감은 적중했다. 조리사님이 일이 생겨서 못 나오신다는 내용.

출근길 걱정이 앞선다. 직종의 특성상 남들보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일찍 출근을 하지만 이건 일찍 출근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대체인력으로 구성해 놓은 분에게 전화를 돌려보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 분 역시 다른 학교 대체인력으로 출근 준비 중이시라는 것.

전쟁이다. 다른 학교 영양선생님들한테 정신없이 대체인력을 수소문 한다. 하지만 그곳도 이미 서 너 학교에서 연락처를 받았지만, 이미 모두 약속이 잡혔다고 한다. 식재료 검수하는 중간 중간 연락을 돌려 보지만 도무지 연결이 안 된다. 조리해야 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더구나 오늘 식단은 김치전인데…. 한 사람이 빠지면 조리시간도 더 길어질 텐데 아이들 밥시간에 맞춰 준비할 수 있을까? 온갖 걱정으로 머릿속이 하얗다.

검수만 부랴부랴 마쳐놓고 팔을 걷어 부치고 같이 오전조리작업을 했다. 다행히 배식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학생들이 식판을 들고 식사를 받아가는 모습을 본 뒤에야 안심. 그러고 나니 온 몸에 힘이 다 빠진듯하다.

늦은 점심식사. 마치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후다닥 먹고 오전에 못한 서류 작업과 공문 처리를 위해 오후 시간을 정신없이 보낸다. 머리가 무거워 고개를 들어보니 시간은 벌써 다섯 시가 가까워온다. 이른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힘들게 하루를 마감해야 하는 월요일이고 보니 이 일주일이 또 얼마나 길지 걱정부터 앞선다.

급식실 책임자라는 이 무거운 자리. 의무만 주어지고 권리는 없는 ‘끽 소리’조차 내보지 못하는 회계직 영양사라는 이 자리에서 언제쯤 무거운 마음은 털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을 해 나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얼마나 더 발전해야 할까. 상대적 박탈감에 퇴근길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내겐 자부심이 있다. 언제나 내 아이에게 해 주듯 영양균형을 맞춰서 맛있는 급식을 제공한다는 보람이다. 그게 나를 살게 하는 이유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날이 기다리고 있겠지’라는 부푼 희망으로 저녁 어스름 교문을 조용히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