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전국 9개 도의 공급 주체들이 협의회를 구성했다고 한다. 지난 9월부터 개편된 서울급식 공급체계에도 불구하고 당초 약속한 계약재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동안 친환경학교급식이 도입되면서 친환경 농민들의 숨통이 열렸다. 학교급식의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적정한 가격을 도출하면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생산비가 보장되는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친환경학교급식도 농민들에겐 이론적인 시장일 뿐이었다. 생산 농민들이 학교에 직접 납품할 수 없어 시설을 갖춘 공급업체들에게 납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환경학교급식 시장을 또 다시 유통업체들이 차지하면서 친환경 농민들은 여전히 제 값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학교급식센터를 중심으로 계약재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농업생산지가 없는 서울은 더욱 경쟁이 심해, 유통업체들과 농촌지역 지자체들이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각축장이 되었다. 학교는 갈수록 값 싼 식재료를 원했고, 공급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경쟁을 벌여야 했다. 시장 확보를 위해 일부 농촌지역 지자체에서는 서울급식 농산물에 대한 지원정책을 펴기도 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계약재배를 통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친환경농산물 생산 단지를 구축하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지자체와 농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각 도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 친환경학교급식 공급체계를 배송업체 중심에서 생산자 중심으로 개편, 올 9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친환경농산물 공급 주체만 4개에서 9개로 바뀌었을 뿐 운영 체제는 그대로였다. 이로 인해 생산자 중심의 산지 공급주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급식 공급 주체들은 “계약재배를 통해 건강한 친환경 생산 단지를 꿈꾸며 서울급식에 참여했는데 서울시는 우리를 또 다른 밴더로 만들려고 한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농사 특성상 이미 내년 1학기 학교급식은 계약재배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됐다. 지금 당장 계약재배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내년 2학기부터나 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서울급식 공급체계 개편 과정에서 당초 농민들과 약속했던 계약재배 시스템을 도입하여 각 도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공급 주체들이 도마다 안정적 친환경농산물 생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농업은 물론 몇 몇 업체들에게 특혜만 주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