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급식 명인을 찾아서 | 농민이 직접 운영하는 여주시 친환경학교급식센터

2014년 신년을 맞아 농민들이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여주시 친환경학교급식센터를 소개한다. 여주농민회는 2009년 회원들을 중심으로 여주농민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농약사와 학교급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농약사를 통해 회원들이 농자재를 공동구매하고, 학교급식센터는 회원들이 자체 생산한 친환경쌀을 여주 관내 어린이집과 초·중·고등학교에 100% 공급하고 있다.

이 모든 사업은 “농산물 제 값 받기 위해서 시작했다”는 설명으로 여주농민영농조합법인은 향후 더 많은 농민들과 함께하면서, 농민주도형 학교급식센터를 넘어 여주 관내 모든 급식 주체들과 함께 하는 센터로 확대·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인터뷰는 길병문 여주농민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56), 민경학 여주시 친환경학교급식센터 센터장(71), 최재관 여주시 친환경학교급식센터 소장(47)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2월 27일 여주시 능서면 광대리에 있는 여주시 친환경학교급식센터에서 진행했다.

<대담=김규태 식량닷컴 발행인, 정리=유정상 기자>

▲ 여주시 친환경학교급식센터 전경

여주 친환경학교급식센터는 타 지자체의 학교급식지원센터와는 다르게 생산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센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

최재관 소장=여주농민영농조합법인은 2007년 12월부터 준비에 들어가 2008년 1월 여주농민영농조합법인 출범과 함께 농민농약사를 개소하고 다음해인 2009년 1월 18일 학교급식센터를 개소했다.

▲ 민경학 여주시 친환경학교급식센터 센터장

민경학 센터장=일단 농민들이 농산물을 제 값에 팔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과, 학생들에게 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아이들에게 건강을, 농민에게는 희망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것이다.

최재관=당시 나주시와 순천시에서 농협이 운영하는 급식센터가 만들어져 있었고, 원주와 의성에서 쌀을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있었다. 그 다음에 여주가 만들어졌다. 센터 설립과정에서 원주사례를 많이 참고 했다.

여주영농조합은 어떤 조직인가.

최재관=농민회 조직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출발했다. 먼저 농민대중들과 일상적인 모임을 갖는 사랑방 기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농민농약사 운영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협동조합개념이 없었지만, 돌아보면 협동조합적 성격으로 운영된 것 같다.

2008년 영농조합 설립 직후에는 농민농약사만 운영했는데, 2008년 하반기부터 경기도에서 급식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다. 경기친환경급식운동본부에서도 줄기차게 도 급식예산을 세울 것을 요구하면서 그해 10월경 6억8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세워졌다. 이를 계기로 영농법인도 학교급식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자기로 논의하면서 경기도청에서 살다시피 했다.

농민농약사는 현재 일반 매장판매는 중단하고, 퇴비, 농자재 등을 조합원이 공동구매 하는 조합원 지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농민농약사 일반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 최재관 여주시 친환경학교급식센터 소장

최재관=우선 급식센터랑 같이 운영하다 보니 적은 인력에 운영이 제대로 안된 측면 하나 있다. 또 농민농약사를 시작할 때 인근에서 농약 보조사업을 하던 농협은 가남농협 뿐이었는데, 흥천, 능서농협에서도 조합원 환원사업으로 농약을 싸게 팔면서 농약 시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농약과 함께 퇴비, 상토 등의 농자재를 주로 취급했었는데, 학교급식센터 개소와 함께 친환경쌀작목반이 만들어지면서 비료 대신 유박 사용량이 많이 늘었다. 농약은 줄고 유박이나 친환경 자재 쪽은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 협동조합 붐이 일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여주농민영농조합법인 자체가 협동조합이었다는 생각이다. 규모만 작았지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운영되었고, 교육도 병행해왔다. 결산도 협동조합 기준에 맞춰서 해왔다.

여주시학교급식센터의 위상은.

최재관=여주시급식센터는 민간이 만든 센터로 어린이집부터 여주 초·중·고등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급식 주관부서는 시 농정과인데, 시와 관계없이 영농법인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정과는 센터 운영에 직접 관여키 보다는 간접적인 지원을 한다.

센터가 최소한의 배송 시설로 급식지원사업을 하다 보니 시설이 낙후해서 경기도로부터 낙제점을 받기도 했는데, 지난해 8월 시 지원을 통해 개선된 시설을 갖추게 됐다.

쌀을 학교에 공급할 목적으로 시작했다고 했는데.

최재관=처음 쌀을 학교에 공급하려고 시작했는데, 계획과는 다르게 부식류 먼저 하게 됐다. 원주와 의성에 가보니 학교급식에 쌀 공급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하더라. 탑차로 안 해도 되고, 양곡관리법상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고 했다. 일반 농가들이 직접 납품할 수 있는 유일한 품목이라는 생각이 들어 추진했는데, 도에서 급식을 시작하면서 막상 쌀은 제외했다. 그래도 우리가 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부식류를 취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경기도 급식은 처음에 G마크 사업단이 하면서 경기도 68개 학교에 공급했다. 우리 센터는 여주지역 8개 초등학교에 부식류를 공급했다. 지금은 부식류가 곤지암 친환경유통센터로 모이지만, 그때는 G마크 사업단 자체시설로 운영됐다.

여주시학교급식센터의 배송체계는.

최재관=부식류는 다른 경기도 시군과 마찬가지로 도에서 여주센터로 입고됐다가 다시 학교로 배송되고, 쌀은 직접 생산·도정해서 학교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쌀은 2009년 친환경쌀작목반을 조직해 생산을 시작, 센터 2년차인 2010년부터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초등학교 23개교, 2011년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친환경쌀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여주시 인구는 10만5천여 명이고, 학생수는 초등학교 23개, 중고등학교 48개교에 15,000명이다. 공사립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여주에서 걸어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우리 조합 친환경쌀을 먹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센터 인력 구성과 역할은.

▲ 길병문 여주농민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최재관=센터장은 비상근으로 결제, 감사, 지도, 감독 기능을 맡고 있고, 상근직원은 소장 포함 5명이다. 배송 차량 4대로 오전에는 부식류를 배달하고 오후에는 쌀을 배달한다.

배송업체가 수·발주까지 다 하도록 되어있다. 새벽 3시께 5톤 차량으로 경기도에서 물건이 오면 저온저장고에 넣었다가 아침 7시에 배달을 나간다. 지역별로 묶어 소분이 돼서 오고, 학교별 분류는 여기서 한다. 클레임이 많이 걸리는데 주로 일반 농산물로 대체한다. 오전 9시 전에 배송이 끝나야 하고, 클레임 처리까지 마치면 10시 정도에 종료된다.

길병문 여주농민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최재관 소장이 실무를 많이 담당하고, 민경학 센터장님이 신경을 많이 쓰시고 있다.

민경학=길 대표이사가 워낙 발이 넓어 초기 센터 만들 때부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친환경쌀 작목반에 대해.

최재관=처음 작목반을 구성할 때 농민회 임원 중심으로 30가구가 무농약 2~3천평씩을 하기로 결의했다. 그 다음해에 70농가로 늘고 현재는 98농가로 여주 관내 학교에 공급 하고도 남는 상황이 됐다.

민경학=재밌는 게 친환경으로 전환해도 생산량 늘어난다. 잘 된다고 한다. 토양이 살아난다고 한다. 이상하게 실패 없이 잘들 하더라.

최재관=이제는 친환경 쌀이 과잉생산이라 작년부터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판로가 막혀서 못 받고 있다. 작년에 700톤을 생산해 여주에서 400톤 쓰고 300톤이 남았다. 그런데 올해는 생산량이 확 줄어 130톤 밖에 안남았다.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남는 쌀은 어떻게 처리하나.

최재관=당장은 대안이 없어 고민이다. 하지만 경기도 내에 쌀 생산이 없는 지자체들이 있기 때문에 우선 경기도학교급식에서 소화를 한 이후에 일반 판로를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 또 경기도 대부분 지자체에서 친환경쌀을 먹지 않고 있다. 전국 친환경급식 쌀 공급비율을 보면 경기도가 꼴등일 것이다. 대부분 친환경급식을 하면 쌀부터 하는데 경기도는 그렇지 않다. 김문수 지사가 몇 백 개 학교에 친환경급식한다고 홍보를 하면서 쌀은 빼고 적은 돈으로 생색만 내고 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해서 경기도 내에서 친환경쌀이 확실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경기도는 학생이 많고 농민은 적어서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고 본다. 아직 경기 농민은 쌀과 관련해서 판로 걱정을 할 때가 아니다.

민경학=일반쌀도 경기도가 지원이 제일 적은 것 같다.

부식류 같은 경우 급식센터를 통해 지역농산물의 자급도를 높이는 게 대부분 지자체들의 목표인데, 여주는 어떤가.

최재관=쌀 이외에 고구마, 감자, 양파 등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경기도 출하회에서 품목을 배정받아 여주에서 내부 회의를 거쳐 생산하는 시스템인데, 여주농민영농조합 작목반에서는 7~8명 정도가 도출하회 회원으로 참여해 부식류를 생산 하고 있다. 올해에는 5명이 양파에 새로 도전해 5천 평을 심었다.

민경학=부식은 규모가 적어 지역 자체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추면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경기도 광역단위로 모여 출하회로 나간다.

최재관=또 영농조합 안에서 협동조합을 모색하면서 쌀 말고도 다른 작목반을 만들어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추진 중인데, 작황에 따라 제 값을 못 쳐주다보니 힘든 점이 많다. 지난해 급식 이외에 생산비 보장을 목표로 감자, 콩 등을 조합원들과 심었는데, 감자는 워낙 생산량이 많았고 콩도 정부가 콩값을 떨어트리는 정책을 펴는 바람에 괴산 불정농협에서 담보해주지 못했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품위 기준 등 학교와의 관계는 어떤가.

최재관=쌀은 클레임이 기본적으로 적은 편이다. 7~8월 한창 더울 때는 상하고 벌레가 생기기 쉬우니 자주 배달을 간다. 쌀 배달을 5일 중 4일은 나가니까 거의 날마다 도정하는 셈이다. 클레임 걸린 쌀은 양은 줄지만 재 도정해서 다른 판로로 공급한다.

또 영양사들이 2~3년에 한 번씩 바뀌기는 하지만 의사소통 면에서는 수월한 편이다. 물론 불만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여주센터는 도에서 부식류를 받아 배송만 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농민 입장에서 철 별로 지금은 왜 품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지 그런 부분은 설명해 줄 수 있다.

교육청과도 연계 텃밭 가꾸기 사업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영농조합 농약사에서 모종도 취급하니 가능한데, 작년에는 텃밭 수준을 넘어 모종을 가져가 부득이하게 상한선을 두기도 했다.

가격위원회, 운영위원회 등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최재관=영농조합 이사회가 결정기구다. 현재로서는 시민과 함께 하는 운영위는 없다. 쌀값은 농정과와 협상해서 결정한다. 급식센터로서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 그 부분을 고민 중이다. 경기도는 도 친환경유통센터 가격심의위원회가 일괄 결정하기 때문에 시군별 가격위원회는 큰 의미가 없다. 쌀값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도 농정과와 협상을 거친다.

지역별로 학교급식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산 농산물 소화에 대한 기대가 커보이는데.

최재관=일부 시에서 경기친환경유통센터와 협의해 지역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도에서는 특정 지역만 따로 해줄 수도 없고, 안 받아들일 수도 없고 곤란할 거라 본다.

채소는 광역시스템이 있으니 기존 포맷으로 가고, 절충안으로 김치, 된장, 고추장, 콩나물, 두부 등 간단한 가공품 정도는 지역산을 사용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다 각 지자체 마다 독자 생산·공급시스템으로 갈 수 있으면 단독 공급으로 갈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부식류의 양이 많지 않아 시군 자체적으로 하면 손해다.

여주센터의 당면과제 및 계획은.

최재관=조합원 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단합하고 소속감을 갖는 부분이 가장 큰 과제다. 총 조합원 140명에 친환경 조합원 98명이 있다. 같은 친환경 농사라도 오랜 기간 생협처럼 단련되어 온 게 아니고, 급식센터를 계기로 급작스럽게 커져서 결속력이 약한 부분이 있다. 이를 내부 교육, 면단위 작목반 활동 등을 통해 강화시켜 나가는 게 조직적인 목표다.

또 현장체험, 식생활 교육, 급식정책 등 급식지원센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공공성을 더 담보할 수 있는 센터로 발전해야 한다는 게 과제이자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