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급식 명인을 찾아서 | 김포 게으른농부 영농조합법인

김포 게으른농부 영농조합법인 주정민 대표는 자신이 생산한 쌀에 대해 불순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쌀을 팔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생산부터 건조, 도정, 포장, 판매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2005년 설립, 임원 10명 모두 생산자로 구성된 게으른농부는 매년 80여 명의 농민들과 함께 2,500여 톤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2004년 4-H 중앙연합회장을 역임하는 등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인 주 대표는 “장사꾼이기 보다 농민이고 싶다”고 말한다. 어디를 가도 당당히 이야기 할 수 있는 농민으로 남고 싶다는 주정민 대표로부터 자존심 넘치는 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규태 기자>

▲ 게으른농부 영농조합법인 주정민 대표.

“단일품종만 생산 한다”

게으른농부에서 도정·판매되는 쌀은 모두 단일품종이다. 절대 혼합하지 않는다. 국내 정미소 중 유일하게 혼합 품종을 취급하지 않는 업체가 우리 게으른농부다.

농협조차도 혼합마크를 찍는다. 포장지를 확인했을 때 품종을 확인할 수 없으면 혼합이다. 더 비양심적으로 하는 업체는 수입쌀을 섞는다. 소비자 분들이 마트에서 쌀을 살 때 밥맛이 없으면 품종, 도정일자를 확인해보라고 조언한다. 대부분 품종 란에 작게 혼합이라고 적혀있다.

혼합은 수입쌀을 유통시키기 위한 양곡제도 중 하나로 유전자검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처럼 고시히까리, 추청 등 단일 품종만 취급하면 검사를 한다. 쌀 주문이 들어오면 손님인줄 알고 택배로 보내는데, 알고 보면 농기원 등에서 검사 결과서를 보내준다. 단백질, 순도, 잔류농약 등에서 합격점이다. 우리는 불시에 검사를 해도 당당하다. 지금까지 혼합 포장지는 단 한 장도 찍지 않았다.

“날씨따라 건조방법 다르고 저온저장으로 보관”

쌀은 건조가 중요하다. 이슬, 비, 햇빛 등 날씨에 따라 건조방법을 다르게 하는 게 우리 법인 쌀의 특징이다. 수분이 많은 날은 저온부터 최대 40℃까지 올려 2~3%씩 수분을 줄이는 방식으로 건조한다. 날씨에 따라 최적 품질의 쌀을 만들기 위해 26~32시간을 말리니 비용이 많이 들지만 쌀 품질만큼은 좋다고 자부할 수 있다. 옛말에 ‘일해서 죽는 놈은 없다’고, 최고의 품질을 만든다는 원칙만 지켜나간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돈은 다음 문제다.

애써 건조한 품질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저온저장을 해야 한다. 쌀 포장을 뜯어서 첫밥은 맛있는데 나중에 맛없는 건 보관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쌀을 팔 때마다 밥하는 요령, 보관 방법 등을 다 설명해주면서 팔려니 힘든 점도 있다.

▲ 게으른농부에서 도정·판매하는 쌀.

“도정일자와 판매일자 사이를 최대한 줄인다”

미리 도정을 해 놓지 않는다. 미리 대량을 도정해주면 작업하기에는 편하다.

학교급식용 쌀은 더 신경을 쓴다. 일반 쌀도 순도 96%이상인데, 학교급식은 순도 98%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학교급식은 더 각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 학교급식은 쌀도 포장지도 별도관리를 하고, 최근에는 급식 때문에 금속탐지기까지 들여왔다.

요즘은 생산부터 모든 과정이 기계화되서 철이 들어갈 수 있다. 도정시설에 철 고르는 기계가 5개 있지만, 최종 완제품 생산직전에 X선 검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년 2,500톤 쌀 생산”

한해 평균생산량은 2,500톤. 최고 많이 생산한 해가 2,800톤이고, 늘었다 줄었다 한다. 작년 계약재배 평수는 3,000톤 생산에 해당하는 면적인데, 생산량은 2,200톤에 그쳤다. 2013년에 쌀 수매계약에 응한 사람은 78명이다.

가을에 수매하는 벼는 3천여톤이다. 개인은 5천톤 이상 수매하기 불가능하다. 농협은 벼수매자금을 무이자로 지원 받는데, 우리는 5천톤 이하라 대출을 받아야 한다. 국가지원 무이자 벼수매자금은 5천톤 이상 RPC만 받을 수 있다.

무이자 자금만 받아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일정량 수매하려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부분이 어려움이다.

“전량 직판한다”

지금까지 전량 소매로 판매했다. 고시히까리는 작년 5월에, 추청은 7월에 매진됐다. 수매해서 도정한 쌀이 매진되면 거기서 끝이다. 매진이 되서 다른 쌀을 먹어본 사람들은 그 때부터 우리 법인쌀 매니아가 된다.

판매처는 주로 식당이다. 인천 검단·남동 공단 등에서 가져간다. 또 인터넷 판매와 법인매장 판매도 있다. 농사짓는 지역에서도 사간다. 파주, 연천, 김제, 제주도, 울릉도, 제주도 등 전국으로 다 간다. 택배 물량은 연간 6~7천개인데, 직접 사러 오시는 분들이 더 많다. 아직까지는 없어서 못 판다.

쌀을 사가는 공장이야기를 들어보면 쌀이 좋으면 고추장 하나만 있어도 밥이 팔린다고 한다. 쌀이 안 좋으면 반찬이 좋아도 “이집 밥 왜 이래”라고 하면서 식당을 나간다고 한다.

“비수기 겨냥 떡 가공사업도”

항상 가을에 햅쌀 채우던 습관이 있어서 쌀이 가을에 많이 판매된다. 여름보다 11월부터 1월까지가 가장 정체 시기다. 그래서 2010년부터 떡 가공사업을 시작했다. 인건비에, 원료에, 포장재 값에, 쌀뜨물 폐기비용 등 이거저거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없지만 비수기인 설 연휴 1달 사이에 400가마 이상 떡을 한다. 쌀 소비를 하기 위해서다. 쌀값만 밑지지 않으면 된다는 취지다.

떡 가공사업으로 약간의 희망을 얻었다. 수렁배미논 등 추청이나 고시히까리를 심을 수 없는 논에서 나온 쌀은 농협에서도 안 받는데, 그런 분들 쌀을 제값 주면서 수매할 수 있는 방법은 가공뿐이다. 김포 농민들이 생산을 계속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

▲ 게으른농부 영농조합법인 전경.

“원칙 어기는 생산자는 즉시 퇴출 조치”

원칙적으로 하다 보니 생산자들과의 사이가 안 좋다. 그런데도 생산자들이 거래를 한다. 일단 품질 좋은 쌀 생산이 우선이기 때문에 요소질 비료를 사용하는지 농협에 가서 검토하고, 모판이 섞였는지 확인하는 등 잔소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작년에도 유전자검사 결과 요소비료를 준 생산자 40명을 짤라냈다. 뜬모를 하지 말라고 부탁했는데 아키바리와 고시히까리가 섞여서 유전자 검사에서 걸러냈다. 뜬모 한 판에 순도가 4%씩 줄어든다. 10판만 잘 못 되어도 순도가 60%다.

대신 믿고 철저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법인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준다.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농자재 값은 이자없이 도정 이후에 받는다. 비료회사랑 현금으로 공동구매하고 농협보다 1천원정도 싸게 들여온다. 상토도 정부와 시 보조로 대량 구매해서 포당 500원 깍아 500원을 현금으로 돌려준다.계약재배하면 종자도 무상보급 해 주고, 모판이 잘못되면 법인에서 지원해 준다. 이 모든 게 미질관리를 위해서다.

“초심 잃지 않고 끝까지 간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가보려 한다. 9년 동안 해온 결과 ‘느낌 아니까’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더 힘든 시절도 보내왔다. 올해는 이자도 갚아야하고 특히 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서로 준비하면 살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다.

또 실수를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매일 잘하다 한 번 잘못하면 그때 걸리는 것이다. 그동안 신뢰, 품질 등 쌓아왔던 자존심이 무너지는 건 싫다. 그러기에 초심을 절대 잃지 않을 것이다.

“국내산 농산물 애용해주길”

어차피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판단의 기준이 수입보다 국내 농산물 애용에 치우쳐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원산지, 품종, 생산년도 3가지만 보면 절대 속지 않는다. 겉포장을 읽어만 보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기사수정) 2014. 2. 17.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