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급식 명인을 찾아서 | 게으른농부 영농조합법인 박윤재 대곶면 친환경단지 단장 인터뷰

쌀 개방으로 인해 밀려드는 수입쌀과의 경쟁을 고민하던 게으른농부 영농조합법인은 2012년 서울 학교에 친환경쌀을 공급하고자 무작정 친환경쌀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급식에 공급되는 쌀 가격을 보고 그만 문을 열기도 전에 포기하고 말았다. 서울급식에 공급되는 지방의 친환경쌀 가격이 김포에서 생산되는 일반미보다도 쌌기 때문이다.

이때 김포시가 2013년부터 학교급식에 친환경쌀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친환경쌀 생산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하다.

게으른농부는 “김포지역은 친환경쌀 생산 적지가 아니다”라는 김포시 행정 담당자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2014년부터 부천지역 학교에 친환경쌀을 공급하게 되면서 오히려 친환경쌀 생산 농가가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게으른농부 영농조합법인 대곶면 친환경단지 박윤재 단장을 만나 김포지역 친환경쌀 생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 단장은 “소비처만 확보되면 친환경쌀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

친환경쌀 생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박윤재 게으른농부 영농조합법인 대곶면 친환경단지 단장

2011~2013양곡연도 3년간 쌀 자급률이 80%대에 머물렀다. 그동안 쌀만큼은 남아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쌀을 들여오고, 생산자끼리 가격경쟁을 해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정부가 쌀을 시장경제에 맡기는 순간 쌀값은 절대 오를 수 없다. 생산비는 매년 오르지만,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해 놓고도 쌀값은 안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일정 소비량이 있고, 계약하면 1년간 가격이 보장되는 학교급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에 가보니 학교급식 쌀 공급조건은 일단 친환경이었다. 그래서 2012년 6농가가 12만평 규모로 친환경 쌀 생산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올해 3년차를 맞는다.

갑자기 친환경 생산으로 전환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서울급식으로 목표를 정한 뒤 무대포로 시작했다. 사전에 친환경쌀 재배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다. 일단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내기 전 밑비료도 생략하고, 액비와 가축분을 뿌렸다.

다행히 첫 해인 2012년은 해충이 없었던 해였다. 친환경 약제는 2회 살포했다. 홍명나방이 문제였는데, 모를 낼 때 식재간격을 일반벼는 평당 7~80주인데 우리는 60주 정도로 했다. 도열병과 문고병은 식재간격을 넓게 하니 문제가 적었다. 4년 전 여름에 일본 니카타현으로 견학을 다녀왔는데, 그곳은 평당 40주씩 식재를 하고 있었다.

2년차인 지난해에는 김포 전체적으로 흉년이었다. 연초 추위 때문에 포기분열이 안 되는 해였다. 태풍이 없어 작황은 좋았는데, 수확량이 15%정도 줄었다. 조생종 벼일수록 수확량이 급감했다. 친환경 쌀 생산을 하면서 생산량 줄어들 것을 각오하고 있었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2년간 해보니 관행농법에 비해 친환경이 15%정도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 같다. 예찰을 강화해 방제에 신경 쓰고, 우렁이 투입시기를 조절하면 10%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김포는 항공방제를 하지만, 게으른농부 친환경 쌀단지 농가들은 대곶면 석정리, 송마리 일대에 다 모여 있고 빨간 깃발을 꼽아 표시를 해서 항공방제를 안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하고 있다.

함께한 농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았나.

풀을 잡기 위해 우렁이를 투입시켰는데 길러서 잡아먹자는 사람도 있었고, 이 작은 게 들어가서 얼마나 풀을 먹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첫 해 작은 우렁이를 뿌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뭐하냐고 묻길래 제초제 뿌린다고 했다. 남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게 싫었다.

또 올해 잘 안되면 내년에 그만 두면 되고, 어차피 생산량 줄어들 것 각오하고 비싸게 팔아보자고 해서 하는 게 아니냐고 설득했다. 관행농법에서 제초제를 많이 주면 초기, 중기, 후기 3번을 주는데, 그동안 3번 줘봤어도 어차피 풀은 또 나지 않냐. 반질반질하게 하자는 생각은 접고 여유 있게 마음먹고 농사짓자고 했다. 일반쌀 1천가마 생산해서 1천만원을 버나, 친환경쌀 600가마 생산해서 1천만원을 버나, 1천만원만 벌면 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우렁이가 풀을 잘 잡았나.

우렁이가 피를 먹긴 먹는데 기대치보다는 떨어진다. 잎이 연하고 넓은 것 위주로 먼저 먹는다. 또 논두렁이 높아서 땅이 드러난 자리는 안 간다. 제초제만큼 효과가 없는 건 확실하다. 그동안 경험을 돌이켜보면 풀이 올라온는 상황을 보면서 우렁이 투입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친환경 인증은 어떻게 받았나.

친환경 인증은 2012년 봄에 신청, 한해 농사를 거쳐 가을에 받았다. 전남 평야지대가 쌀 주산기도 하고 친환경 쌀 인증관련 가장 쎄다는 목포대학교에서 인증을 받았다. 기왕지사 하는 거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영농일지는 기본, 친환경 약제 영수증도 제출하고 토양, 벼 시료에 이상이 없어야 인증서를 내 준다. 벼베기 1주일 전 필지를 지정해서, 벼를 몇 포기 베어가고 흙을 떠간다. 봄에 신청해서 가을에 받았다.

서울급식 상황을 보고 농민들의 실망이 컸을 것 같다.

친환경 인증을 가지고 서울 급식판로를 알아보는데 일반쌀값보다 싸서 그렇게는 못 낸다고 실망들이 컸었다. 2012년 추청 일반미가 20kg에 5만5천원선이었는데, 서울급식에 공급되는 친환경쌀은 3~4천원이 더 쌌다. 이유를 알아 봤더니 다른 지자체에서 오는 친환경쌀은 지자체 지원금을 받아서 싸게 공급해도 농가소득이 보전 되서 가능한 것이었다.

개별적으로 팔 방법을 고민, 친환경 인증 기념식 이벤트부터, 설연휴 공장 납품 등 별 생각을 다 해봤지만, 선물용 쌀에서도 싼 쌀을 찾더라. 자본주의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가격이었다.

다행히 김포시가 추진한 친환경쌀 시범사업에 공급하게 됐다.

그 때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게 해 준 것이 김포시 학교급식이었다. 2013년 김포시 친환경 쌀 학교급식 시범사업에 100톤 정도를 공급했다. 2012년 친환경 쌀을 총 300톤 생산해서, 100톤은 김포학교급식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직접 팔았다. 친환경 쌀 생산이 중단될 위기를 학교급식이 살려냈고, 올해 200~250톤의 친환경쌀을 부천학교급식지원센터에 공급하기로 했다. 그래서 회원도 6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 설 연휴 지나고 생산자 교육을 할 것이다.

6농가에서 10농가로 늘어났다. 안정감이 생긴 것인가.

고생도 많았지만 일반 관행쌀 값보다 비싸게 학교급식에 공급한다는 자부심들이 생겼다. 또 결과가 따라주니 홍보를 할 수가 있다. 일반쌀에 비해 생산량이 10~15% 주는 정도면 다들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친환경으로 바꾸고 나서 좋은 건 못자리, 방제 등 일을 같이 한다는 거다. 공동작업을 하니 경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대곶면 친환경 단지는 학교급식이 살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계획은.

농업은 절대 농민만으로는 지켜나갈 수가 없다. 농민들도 노력하고 공부도 해야겠지만, 정부와 국민들도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5년 안에 우리나라 농업은 쪽박을 찬다.

쌀시장이 개방되면 1만평 이하 농가들은 죽는다. 1만평도 적은 농사는 아닌데, 1만평 쌀농사 잘 지어야 200가마 나온다. 200가마면 가마당 18만원씩 쳐서 3천6백만원이다. 생산비 헐고, 생활비 빼면 농민 손에는 1천만원도 안 남는다.

우리나라 농업을 더 이상 쪼그라트리면 안 된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농업을 살릴 수 있는 틀거리를 만드는데 노력할 생각이다. 그 방편 중 하나로 친환경 농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생산자들이 지속적으로 친환경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