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급식 명인을 찾아서 | (주)우리밀급식

전국적인 학교급식운동 조직인 (사)희망먹거리네트워크(전 학교급식네트워크)의 식품안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친환경급식운동과 슬로푸드 운동 등 안전 먹거리 운동에 열심인 (주)우리밀급식 송정은 이사는 MSG 등 일체의 첨가물 없이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을 주원료로 ‘푸르나이’ 제품을 만드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만드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우리 제품을 먹는 사람도 행복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비정규직 고용은 하지 않기로 하고 직원들의 식사부터 친환경식단으로 바꾸었다. 유기농현미쌀로 밥을 하고 한살림 등의 근처 생협에서 재료를 구입해서 친환경점심식사를 먹기 시작한지 벌써 2년째다.

친환경 원칙으로 만들다보니 ‘푸르나이’는 다른 회사 제품들보다 훨씬 가격이 높다. 그럼에도 매년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주)우리밀급식 송정은 이사로부터 ‘푸르나이’에 담긴 철학과 그 배경에 대해 들어본다.

<김규태 기자>

▲ 송정은 (주)우리밀급식 이사

100% 우리밀과 고품질 국내산 원료 ‘푸르나이’

‘푸르나이’는 무농약 우리밀, 우리쌀, 우리콩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부원료 또한 수입산 원료는 사용하지 않으며 최대한 국내산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국내 생산이 안 되는 초콜릿, 코코아, 후추, 설탕, 올리브오일 등은 예외로 한다.

유해한 식품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푸르나이’는 GMO원료, MSG, 인공색소, 인공향료, 방부제 등 화학적합성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트랜스지방을 유발하는 마가린, 쇼트닝 등도 일체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천연 버터, 현미유, 올리브오일을 사용해 만든다.

팥앙금, 고구마 앙금 등에 부피와 물성을 늘여주는 증점제와 솔비톨 등의 감미료, 물엿(GMO가 의심스러운 수입 옥수수전분에서 추출하며 표백처리)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밀가루의 개량제나 글루텐, 유화제(SP, S-500, S-1000 등)도 사용하지 않는다.

일체의 화학적합성첨가물은 원칙적으로 배제하여 만드는데 이는 합성첨가물로 원료 함량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거나 인위적인 첨가물로 맛을 내지 않고 원료 자체의 영양과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원재료 맛을 알면 조미료 식품 못 먹는다

수입산 원재료로 만든 만두와 우리 회사 만두를 동시에 먹어보면 맛 차이가 확연하게 난다. 시즈닝과 조미료를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몇 년 전 용인에 있는 학교에서 우리 회사 만두를 급식했다가 맛이 이상하다고 클레임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먹다 남기고, 조리원도 만두 맛이 가 이상하다고 했다. 그 때 제품을 들고 그 학교로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 우리 회사 만두가 아니었다. 문제가 됐던 제품도 우리밀 만두긴 했는데, 배송업체에서 마진을 남기려고 다른 만두로 바꿔치기를 한 것이었다.

그 만두 역시 속재료로 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했고 우리밀 만두피였지만, 부재료는 대부분 수입산이거나 원산지 표기가 안되어 있었고 시즈닝등의 화학첨가물이 많이 사용된 제품이었다.

그 때 클레임으로 선생님도 놀랐고, 다른 회사의 제품과 우리 회사 제품의 사양이 다른 것도 알게 되셨다. 결국 매출이 올라간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본다.

가격 비싸 이벤트보다 ‘정직한 맛’으로 승부

‘푸르나이’ 가격은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업체 제품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다. 다른 업체보다 더 좋은 원료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중국산 등 수입산 농산물을 쓰지 않고, 화학첨가물도 안 넣고 원재료 비중도 높다. 여타 생협 등 친환경 전문점에서 생산하는 만두도 우리 회사 사양처럼 무농약 우리밀과 무항생제 돈육, 글루텐등도 넣지 않는 사양으로 바뀐지는 얼마 안됐다.

업계에서 대두단백, 무말랭이 등으로 원재료를 줄이고, 글루텐이나 식품첨가물을 넣어 접착력을 강화한 만두피, 시즈닝등의 첨가물로 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는 이를 철저하게 배제한다. 집에서 만들 듯이 국내산 무항생제 돈육, 국산 참기름, 국산 야채, 따로 주문제작한 국산 간장을 버무려 만든다. 그렇게 만드는 업체는 거의 없다.

무항생제 돼지고기도 시중의 일반 업체의 경우 9~ 12% 정도를 사용하고 저렴하게 판매 하는데 우리는 품목에 따라 28~33%를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다보니 수입밀, 수입산 돼지고기로 만드는 만두와 가격차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제품을 꾸준히 쓰는 영양사 선생님들이 많다.

사용하는 원재료를 따지면 판매가는 현재보다 많이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니 이윤을 줄이면서 판매하고 있다. 그 대신 우리 회사는 할인판매나, 1+1이벤트 영업을 하지 않는다.

서비스는 미숙하지만, 푸르나이 제품만큼은 믿을만하다고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매출의 지속적인 성장이 그 증거다. 최근 학교급식 시장은 무상급식으로 가면서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친환경 원칙은 사업이자 삶의 철학

2006년 문 대표께서 우리밀급식에 합류해서 제일 먼저 한 게 친환경 먹거리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주원료 뿐만 아니라 세부원료까지 수입산 원료를 빼고, GMO 빼고, 먹거리 안전성, 품질 안전성 강화에 주력했다. 원칙을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 이 어려운 시장에서 살아남은 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아직도 멀었지만, 함께 해 보자는 의지가 있고 그 안에 기쁨이 있어 희망이 보인다.

▲ (주)우리밀급식 원재료 및 상품선정 기준.

‘직원들부터’ 친환경 밥상 실천

사회운동 하는 분들이 많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몇 년 일하고 나면 지치거나 병을 얻는분들을 많이 보았는데, 기왕 친환경 먹거리로 환경을 살리는 일하는 거 우리부터 건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무실에서 먹는 밥부터 친환경으로 바꿨다. 유기농 현미로 밥을 직접 해 먹고 과일도 친환경 직거래로 산다. 실제로 그렇게 먹어도 외식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직원복지는 잘되면 그 때 생각해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선지원이 돼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건강한 제품이 나온다

우리가 행복해야지만 우리가 만드는 제품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업계들이 보통 연간 15일 연차인데, 우리 회사는 돌봄휴가 6일을 더해 21일을 주고 있다.

매출로 유명한 기업 말고, 우리 사무실 식구들의 복지만큼은 그 어느 회사보다 뛰어난 일류기업을 만들고 싶다.

매월 인문학 강좌도 업무

우리 회사는 외부 전문 컨설팅을 받은 결과 매출규모에 비해 직원 근무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정규직은 채용하지 않으려 하고 작년부터는 매달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우리가 왜 이런 일들을 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들이 우리가 관계하고 있는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곧 3명을 더 충원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일이 너무 잘 되서 충원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은 비정규직을 사용해서 고정비를 줄이겠지만 우리 회사만큼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채널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다.

또한 물류일을 해도 직원들이 자기 존엄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 보통 물류업계는 하루 11시간 주 6일 근무가 거의 기본이다. 우리 회사는 TO를 더 배정해 주 5일 근무를 한다.

직원들이 책을 사는 것이나 외부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단 한 번도 거절해 본 적이 없다. 만약 우리 회사를 떠난다고 해도 우리 회사에서의 경험이 사회적 자산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직원들이 일하면서 살아가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 사무실에 비치된 상패와 책자들.

버려지는 농산물 가공은 안정적인 생산기반 지름길
 

가공제품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공제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농산물의 양이 1차농축산물로 소비되는 양보다 훨씬 많다. 콩 한 알을 밥에 두고 먹는 것 보다 된장, 간장의 원료에 사용되는 콩이 훨씬 많다.

초등학교 급식은 국산 두부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중·고등학교는 비싸서 못 먹는다며 수입산이 기본이다. 반찬 중에 가장 기본인 두부 같은 간단한 가공품도 수입산이 공급되고 있는 현실이다.

가공식품 원재료에 친환경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는 ‘가공식품 품질기준 원칙’을 정해서 버려지는 농산물이 가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안정적인 생산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친환경재료를 GMO 양념으로 버무려 먹는 현실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가공품은 차액지원이 없다. 그래서 더 문제다. 친환경 농축산물이 학교급식에 공급되어도, 수입산 혹은 GMO 콩으로 만든 간장과 식용유로 버무려 먹는 셈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무농약 쌀에 수입 양념으로 범벅, 이게 무슨 안전한 급식인가. 학교급식에서 식용유는 사용 빈도도 높고 양도 많다.

하지만 안전한 기름을 우리 농산물로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거나 시도해보지 않는다. GMO의 우려가 높은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고작 국산 현미유가 부족하니 수입산 현미유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생산자가 우선이다

또 친환경 친환경 하면서 성장 주체들이 자리 잡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친환경 먹거리 운동을 해도 생산자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학교급식에 1차 농산물은 그나마 친환경 원료가 사용되지만, 친환경 가공품은 믿을만한 회사가 많지 않다. 대기업은 수입산 원재료로 만든 가공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면서 친환경 가공제품을 곁다리로 출시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중소 기업을 계속 키워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