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의 업무협약으로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해오던 산지 친환경 농가들이 시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이 변경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지침에 따라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이용학교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각 산지의 친환경 농가들이 올해 서울급식 출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공급’을 가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3월 새 학기가 시작된 후 원활히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이미 지난 겨울 작물별로 파종을 마쳤고 현재 출하를 앞두고 있지만, 막상 개학 후 발주량은 턱없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이번 달은 물론이고 다음 달 출하를 앞둔 농산물까지 고스란히 ‘헐 값’에 넘겨질 처지에 놓였다.

▲ 11일 문종욱 경기 이천학교급식출하회장이 이천시 신둔면 도암리에 있는 하우스에서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출하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다음날 경기도 학교급식출하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11일 만난 경기도 이천학교급식출하회 문종욱 회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출하회 32농가와 경기학교급식 출하를 하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5농가와 함께 경기G마크연합사업단을 통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로 시금치, 얼갈이, 대파, 청경채 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시범성격으로 공급한 물량은 한 달에 2~3톤 가량.

이 회장과 출하회원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이 될 것으로 보고 한달 8~9톤 공급이 가능한 규모로 지난해 12월부터 준비에 들어갔지만, 3월 첫 주의 발주량은 100여kg에 그쳤다.

상품성 있는 출하시기가 제한적인 농산물의 특성상 마냥 발주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이 회장은 친환경 농산물을 인증 스티커도 붙이지 않고 일반 농산물로 서울 가락도매시장 출하하고 있다.

이 회장은 “차라리 갈아엎으면 쉬운데 워낙 양이 많다보니 다음 작기 재배포장 관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락시장으로 내고 있다”며 “친환경 스티커를 붙여봤자 시장에서는 출하시기를 놓친 농산물로 보거나 친환경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나마 경매시세도 시금치 4kg 한 상자에 2천원을 밑돈다고 속상해했다. 친환경 농산물로 인정을 받으면 가격은 두 세배를 호가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회장은 더 기막힌 이야기를 전했다. 서울급식 판로는 막혀있고, 농산물은 산지에 대량으로 적체되다 보니 시장상황에 빠른 급식 벤더(유통업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

벤더들은 친환경 농민들로부터 시금치의 경우 4kg 상자당 6천원 수준으로 사들여 백화점 등 친환경 전문매장에 이윤을 붙여 넘기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급식벤더들만 노났다(횡재했다)”고 푸념했다. 이어 “더 안타까운 것은 농민들이 그 마저도 못 팔게 될까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벤더들이 농가별로 접촉해 다른 농가에서는 더 싸게 주고 있다는 식으로 부추기고 있어 시금치의 경우 1천원 정도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로 공급하는 전북지역 산지공급협력업체인 남원원협 이강철 단장도 13일 “예상은 했지만 발주가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져 어려움이 크다”며 “생협공급, 가락시장 출하, 농협조직 활용 등 모든 출하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가격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정상 기자>

▲ 서울지역 학교급식을 위해 이 회장이 지난 겨울부터 재배한 친환경 시금치. 하우스에는 당장 출하가 되어도 손색이 없는 시금치로 가득했지만, 서울급식 판로는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