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학교급식으로 먹는 농산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잔류농약이 발견됐지만 관계 당국의 허술한 업무처리로 학교에 그대로 납품되는 등 급식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실태’ 감사결과를 지난 5월 22일 공개했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의 최대 이슈였던 ‘친환경 무상급식’과 관련된 감사결과가 나오자, 서울시에서는 감사내용을 놓고 여·야 지방선거 후보자 간 공방이 격화되는 모양새도 보이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식재료 공급 및 안전성 관리 등 학교급식과 관련된 사항을 종합·체계적으로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감사 대상은 학교급식을 총괄하는 교육부, 지도·감독하는 시·도 교육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유관기관, 식재료 조달시스템 운영기관인 지자체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달청 등이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먼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학교에 납품되는 농산물에 대해 허용기준치 이상의 잔류농약을 검사하고도 이를 생산자에게만 알리고 담당 기관에는 통보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 867개 학교에 농산물 4,331㎏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도 지난 2012년 경기도 소재 농가에서 생산된 참나물과 근대에 ‘친환경인증’ 취소에 해당하는 잔류농약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알리지 않았다.

또 학생들이 매일 밥을 담아 먹는 식판에서는 잔류 세제가 검출되고, 학교에 비치된 정수기는 수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례도 적발됐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 한 학교장이 학교급식 중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에 안일하게 대처 관련규정을 어기고 보건소와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아 식중독 피해가 확산했던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줬다.

학교급식 식재료 배송업체 선정관련 향응수수 사실도 적발돼 감사원은 해당자의 문책을 요구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산하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서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2년 10월 센터장으로 근무한 A씨가 배송업체관계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

감사원은 A씨가 2012년 8월 센터에서 공사 신사업추진단으로 전보됐으나 A씨의 지시로 배송업체 계속 연장계약을 체결해오던 관행에 따라 2013년 2월에도 2012년 기존 배송협력업체 22개의 계약기간을 1년씩 연장했다고 밝혔다.

또 감사원은 조치사항으로 “친환경유통센터의 농산물 공급자 선정 시 시·도 추진방식을 폐지하고 가격 경쟁을 도입하는 방향을 마련하며, 배송협력업체 선정 시 심사항목에 가격(수수료)항목을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해 배송계약기간을 법적근거 없이 연장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이외에도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 등록업체가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입찰 낙찰 확률을 높일 목적으로 업체 간 입찰가격을 담합해 동일 IP주소에서 입찰서를 제출한 사례도 드러났다.

한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 2월 산하기관인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운영방안과 관련, 학교급식 식재료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센터 수수료를 제로화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등 공공성 강화를 골자로 ‘운영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