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 PDF 파일 지면 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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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박근혜정부는 TPP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TPP에 가입하려면 기존 12개 회원국으로부터 각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동의를 받는 대가로 무엇인가를 바쳐야 한다. 그 ‘무엇’가운데 미국이 요구할 목록이 가장 많을 것이고, 가장 가혹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요구할 목록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최근에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쌀, 쇠고기, GMO, 유기가 공식품 동등성, 수입위생검역조건 등 민감한 사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첫째, 한국이 2015년부터 쌀 시장을 관세화로 개방한 상황에서 미국의 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협정을 맺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산 쌀에 대해 관세율을 대폭 낮추거나 아니면 일본과 같이 미국산 쌀에 대해 의무수입물량을 추가로 더 늘리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4월 9일 미국 차관보가 일본이 양보한 것처럼 한국도 쌀에 대해 양보를 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둘째,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30개월 미만 등과 같은 수입위생검역 조건이 부과된 것은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아질 때까지 취해진 임시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아졌기 때문에 30개월 미만 규정이나 뼛조각 관련 규정 같은 임시조치를 철폐하라는 것이다. 작년에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은 총 8억 4,74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셋째, 이 보고서는 한국의 GMO 관련 규제가 예측성과 투명성이 부족하고, 과학적 정당성이 결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미국산 GMO 제품의 수출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산 GMO 제품에 대한 한국의 규제를 제거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넷째, 작년 7월에 체결된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정을 언급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발표한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서 생산된 유기가공제품이 한국에 수출될 경우 한국의 인증기준에 적합한 것에 대해서만 미국의 인증마크를 허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우리나라의 기준에 적합한 것”이란 점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한국의 기준에 따라 별도의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허용될 수 있다”고 하여, 별도의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인증기준을 어떤 방법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미국산 유기가공식품에 적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이 부분은 보다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섯째, 한국이 미국산 가금류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미국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작년 12월 미국산 가금류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 조치가 국제수의검역기구(OIE) 권고 가이드라인에 배치된다면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수입위생검역조건을 미국의 요구대로 지역단위로 풀어줄 경우 미국은 물론 중국 등으로부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수입이 홍수처럼 불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섯째, 이 보고서는 미국산 농식품의 잔류농약허용 기준에 대해 한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허용기준을 도입하지 않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에 권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잔류농약허용기준에 대해서도 미국이 권장하는 기준과 요건을 받아들이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12년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의 농산품 수출이 2011년에 비해 2014년에는 31.2%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 농산품 전체 수출증가율의 약 7배나 된다는 것이다. 한미FTA가 미국 농산품의 한국 수출을 대폭 증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더 많은 개방, 더 많은 규제철폐를 한국에 요구하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