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 PDF 파일 지면 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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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경남대 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고속버스를 종종 이용하는 필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때마다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 버스 정차 시간이 15분으로 제한되어 있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는 간단히 때울수 있는 음식 말고 제대로 식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김밥을 먹기도 하고,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합니다. 고객들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휴게소에서 고속버스가 정차하는 시간을 늘려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목적지에 10분 정도 빨리 가는 것보다 기사와 승객들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휴식시간을 더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에 맞는 휴식시간 조정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음식도 문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느끼셨겠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 판매하는 음식은 다른 장소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비해 음식의 질에 문제가 많습니다. 판매하는 음식 거의 대부분이 국내 식재료 보다는 외국에서 수입한 식재료를 이용하고, 식사의 경우도 맛도 맛이지만, 가격 대비 반찬도 형편이 없습니다. 휴게소마다 특색이 있는 음식이 아니라 거의 같은 음식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옥수수가 나오는 철에도 국산 옥수수를 찾기가 힘듭니다. 삼면이 바다인데 어묵도 국산은 거의 없고, 베트남 산이 대부분입니다. 하기는 우리나라가 식량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리 농산물로 만은 음식을 기대한다는 것이 지나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휴게소 음식이 이처럼 형편없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높은 임대료 때문에 그러한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음식을 팔지 않고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그러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단골손님이 아니고, 1회이용하는 사람들이고, 음식에 문제가 있어도 먹어야 될 사람들이기에 판매하는 음식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휴게소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판매하지 못하는 이유가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면, 국민건강을 지키는 차원에서 휴게소 임대료 수준을 낮추어, 제대로 된 음식, 먹을 만한 음식을 판매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가급적 인근지역 농산물로 만든 특색있는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수입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가격은 싸지만, 식품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우리 농업, 농민의 소득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휴게소마다 같은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휴게소가 위치한 지역과 연계하여 휴게소마다 차별화된 음식을 제공한다면, 지역의 농민들에게도 판매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많은 이용객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충남의 정안휴게소에서는 호두과자의 식재료로 국산밀가루, 인근지역 국산 호두를 사용해 만들고 있었는데, 이용객들의 반응이 좋은 것을 목격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대충 음식을 판매해 이윤을 챙기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건강 그리고 지역 농업과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음식을 파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정부 부처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서비스 경쟁, 깨끗한 화장실 경쟁을 넘어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경쟁을 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