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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옥 화성 동화초등학교 영양교사

정명옥 화성 동화초등학교 영양교사(54)는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경기영양교사회 회장, 안양 친환경급식시민행동 운영위원 등을 맡으며 학교급식 운동을 앞장서서 이끈 인물이다. 현재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을 운영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제일 먼저 구상했고,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급식소위원회’가 입법화 되도록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29일 경기도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교사는 “마침 어제 학교가 방학을 했다”며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1999년에 『한겨레21』의 ‘햄버거의 비밀을 벗긴다’라는 기사가 저에게 전환점이 되었어요. 1989년에 경기도공채 1기로 영양사가 된 지 10년이 되던 해였죠. 그때는 영양사가 교육 행정직이었고, 2007년부터 영양교사로 전환이 되었어요. 제가 잘 몰랐던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을 알게 되면서 공부를 다시 했어요. 식품에 대한 공부도 찾아서 하고, 녹색평론 같은 잡지도 봤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급식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때부터 정 교사는 친환경 급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국내 친환경 농산물 생산이 1%도 안 되던 때였다. 하지만 급식문제를 고민하며 활동을 하던 그의 뜻이 알려지면서, 2002년 11월에 출범한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에 배옥병, 이빈파 씨 등과 함께 공동대표로 참여하게 되었다.

“2003년과 2006년에 식중독 사고가 크게 있었어요. 그게 모두 위탁업체 급식에서 발생한 일이었죠. 그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에서 위탁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서 이겼어요. 그걸 계기로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급식법이 개정되었고, 2010년을 전후로 거의 직영화 되었어요. 2000년대 초만 해도 초등학교는 100% 직영이었지만, 중고등학교는 거의 다 위탁급식이었거든요. 학교급식 직영화를 이룬 것은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활동의 가장 큰 성과중 하나죠.”

햄버거의 진실’ 알고 나서 친환경 급식 고민 이후 정 교사는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립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생기기 전에는 식재료를 영양교사가 직접 구매해야 했다. 2003,4년경부터 그가 학교에서 실천했던 것은 가공식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공식품은 원재료가 100% 수입산이기 때문이다.
 
양념류도 모두 국산으로 바꿨다. 된장, 간장, 고추장은 생협 제품을 이용했다. 햄과 소시지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한학기에 한 두 번은 썼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스인 케첩은 생협 케첩과 일반케첩의 가격이 열배 이상 차이가 났지만 눈 딱 감고 생협 제품을 사용했다. 육류보다 채소 위주의 반찬을 마련하고, 가공식품을 덜 쓰면 그렇게 해도 단가를 맞출 수 있었다.

“어떤 식품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저의 권한과 책임이에요. 단체급식이기 때문에 조리하기 간편한 가공식품을 쓰는 학교도 많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요. 기름에 튀겨주는 너겟 같은 냉동식품이나 다양한 공장제 소스들을요.
 
실제로 학교급식을 통해서 가공식품 업체들이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카탈로그를 가져와서 보면 두께가 백과사전 급이에요.” 아이들은 정 교사가 차려준 밥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제가 처음에 부임하면 아이들이 제 식단에 당연히 불만이 많지요. 하지만 수업시간이나 식당에서 아이들을 만나 ‘왜 이밥을 먹는지’를 계속 이야기해요.
 
2005년부터 제가 매스컴을 좀 탔는데, TV에서 저를 보고 나면 ‘우리 학교는 친환경 급식’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밥을 잘 먹는 아이들이 많아져요.(웃음) 입맛을 잡는데 1,2년밖에 안 걸리더라고요. 저학년 아이들은 제 치맛자락을 잡고 졸졸 따라다니며 제 식단을 맛있게 먹는데, 대체로 고학년 아이들이 맛이 없다고 하고 힘들어해요.
 
그 나이쯤 되면 외부에서 사먹는 음식에 이미 길들여진 거죠. 우리나라 외식 비율이 50%가 넘었어요.” 학부모의 이해도 아이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2000년대 초에 법제화된 ‘급식소위원회’는 정 교사가 제안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위원회의 학부모들은 1~2주에 한 번씩 아침에 학교에 와서 식재료 검수에 참여한다. 정 교사는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들과도 자신의 밥상 철학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학부모 중에 생협 조합원이라도 있으면 친환경 식재료를 보고 반가워하면서 입소문을 퍼뜨려주기도 한다. 친환경에 이해가 없는 학부모도 설명을 해주면다 수긍을 한다. 부임 초기에는 조리원들도 설득을 해야 한다. 볼품없고 못생긴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해야하기 때문이다.

가공식품, 공장제 소스 안 쓰니 저학년들 ‘맛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영양사는 저랑 반대입장에 있다고 보시면 돼요. 대학의 영양학이 그런 것을 가르치거든요. 규격화된 식품. 계산된 영양. 음식이란 것이 그럴수가 없는데 말이지요. 심지어 자연 상태의 것은 미생물에 의해 생물학적인 위해가 굉장히 많은 것처럼 가르쳐요. HACCP(해썹)이라는 기준도 그 연장선상에 있지요.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굉장히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해놨어요. 사실은 바로 그게 식품에 위해를 가하고 있는 것인데 말이지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규격에 맞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이 학교에서 반품당하는 경우도 있죠. 저는 왕따에요(웃음).”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는 영양사,영양교사를 대상으로 친환경 급식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 교육을 통해 생각이 바뀌는 분들이 조금씩이라도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정 교사의 작은 믿음이다. “지금 친환경학교급식은 대체로 제가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어요.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일 년치 식단을 분석해서 연간 식재료 양을 산정한 다음 생산자를 조직하지요.
 
어느 시기에 무엇을 많이먹는다는 패턴이 대충 나오거든요. 예전에는 식재료를 100% 입찰방식으로 조달했어요. 학교장 재량으로 입찰을 실시하고 납품업체를 선정했죠. 그러면 거의가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하게 돼요. 저는 그방식에 계속 반대를 했던 거거든요. 음식이라는 것이 값이 싸지면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입찰 방식을 벗어나지 못해요. 안 그러면 투명성,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니까. 그러던 것이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생기면서 바뀌었죠.”

정 교사는 학교에 있는 교육종사자들조차 급식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생산자나 지자체도 학교급식을 단지 ‘시장’으로만 보지 않고 아이들을 함께 기른다는 입장에서 접근했으면, 학부모들도 급식이 교육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저는 급식 때마다 아이들에게 ‘밥 먹는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요. 무엇을 어떻게 왜 먹어야하는지, 편식이 왜 나쁜지 배우는 시간이라고요. 맛은 경험이에요. 난생 처음 접해본 것은 어른도 못 먹잖아요. 학교급식이 매개가 되어서 아이들이 제대로 크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