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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

1. 들어가며
지난 2010년 이후 무상급식이라는 말은 ‘포퓰리즘’이나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색깔론적 논쟁들을 넘 어 ‘보편적 복지’의 의제가 한국사회 에 둥지를 틀수 있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해왔다.
 
지난해 일부 지자체에서 무상급식 예산지원을 중단하는 등 여전히 갈등요소를 안고 있지만, 무상급식은 지속적으로 양적인 확장을 거듭해 왔다. 지자체별로차이는 있지만 무상급식의 지원대상 범위가 초등학교를 비롯해 의무교육대상인 중학교로 확대되었으며,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학교단위의 무상급식 을 넘어 어린이, 노인, 복지시설 등의 공공영역에 무상급식에 대한 설계도를 그려나가는 과정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의 양적확대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점이 바로 질적 성장이다. 광역 혹은 지자체별로 농 산물을 비롯한 친환경 식재료의 확대, 식재료공급 및 운영체계의 개선 등을 통해 지역별 여건에 맞는 무상 급식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질적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누구나 보편 적인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측면, 즉 형평성이다. 무상급식의 본질은 차별없는 급식 으로 학생들의 인권보호와 자존감고취를 통해 건전한 학교생활과 건강한 아동으로 성장하는데 있다.

하지만 차별없는 급식에 도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숙제다. 같은 금액의 무상급식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학생들 개개인에게 동일한 수준의 급식을 제공하기 어렵다.
 
급식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먼저 도시와 농촌지역만 보더라도 식재료의 조달여건에서 차이가 난 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거래처가 적을 뿐아니라 학교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배송비용이 더 많이 든다. 급식조리를 위해 사용되는 연료비도 다르다.
 
농촌지역에서는 도시가 스가 공급되지 않아 비싼 LPG를 사용 하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은 도시지역 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배식방법, 학생수의 규 모 등에 따라서도 필요한 조리종사원의 수나 급식재료 구매비용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렇듯 차별없는 급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상이한 급식 여건에 맞는 차등적인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 혹은 지자체가 함께 협조하여 지역별 여건에 맞는 차등적인 지원의 방식과 기준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강원, 경기, 제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농촌/도시뿐만 아니라 학교별 급식인원수, LPG 연료사용 여부, 배식거리와 방법 등에 대한 차등적인 급식비지원 기준을 부여하고 있다.

2. 학교별 인원규모에 따른 급식질의 차이 :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학교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한 무상급식 지원 단가
2015년 현재 서울지역의 무상급식 지원기준은 학교별 급식인원의 규모 와 관계없이 학생 1인 1식당 동일한 금액이 지원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서울지역의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무상급식을 운영하는데 있어 적지않은 차별을 만들고 있다.
 
급식비의 사용항목을 크게 식재료비, 관리비, 인건비를 나누어 보면 더 구체적으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대규모 학교일수록 식재료 구입이 유리함
먼저 공적인 식재료 조달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통한 식재료 조달은 ‘규모의 경제’에 영향을 받는다. 식재료를 입찰방식으로 조달받는 과정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구매할 수 있는 큰 규모의 학교가 비용면에서 유리하다.

학생수가 많은 큰 규모의 학교의 경우, 입찰 기준단가의 90% 혹은 낙찰하한율인 87.745%의 가격에도 이 에 응하는 급식업체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구매량에 더해 일정비율의 ‘서비스 물량’을 제공 받기도 한다. 또한 포장단위가 크면 소포장 식재료에 비해 단가도 내려가게 된다.

반대로 소규모의 학교들은 소량 발주로 인해 구매금액이 낮기 때문에 급식업체 입장에서는 매출이익이 적어 공급이나 입찰자체를 꺼려한다. 뿐만 아니라 식재료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포장단위가 적은 비싼 단가의 품목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먹는 급식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1인당 동일한 급식단가로 대규모의 학교는 소규모 학교에 비해 단가가 높은 친환경식 재료나 등급이 높은 식재료를 이용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뿐만 아니라 축산물이나 가공품에 있어서도 안전하고 질좋은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또한 1식에 제공되는 반찬의 경우에도 소규모 학교는 일반적으로 3찬이 제공되지만, 대규모 학교는 4찬, 5찬까지 늘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대규모 학교는 주식 이외에 제공되는 부식의 질과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아이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질 좋은 식재료와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에 따라 학교급식에 대한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소규모 학교는 학교운영비를 추가지원 하고도 식재료의 질을 높이기 어려워
반대로 학생수 400명 이하의 소규 모 학교들은 현재 무상급식비 기준으로 학교급식을 운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동일한 단가로 공급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친환경농산물 이외에 추가적으로 질좋은 식재료를 구매하여 식단에 활용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한다.
 
국을 끓일 때도 낮은 등급의 국거리용 쇠고기를 구입해 맛을 낼 수 있는 정도로만 적은 양을 사용할 수밖 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영양사들은 식재료 구매가 한정되어 적절한 식단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규모학교는 식재료비가 모자라 학교운영비의 지원을 추가적으로 받아야만 하거나, 급식비 가운데 관리비로 할당된 몫까지 사용해야 하는 학교들도 많다.
 
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급식비 가운데 권장 식재료비의 비율은 89%이지만 실제로는 96~7%에 이를 정도다. 이로 인해 소규모 학교의 식재료 질이 대규모 학교에 비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1인당 식재료비 사용액이 대규모 학교보다 최대 400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높은 식재료 비용은 안그래도 어려운 소규모 학교의 운영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학교인원규모별로 실제로 사용하는 1인당 식품비에 있어 대규모 학교와 소규모 학교의 차 이가 큰차이는 없지만 그 이유는 초등학교와 달리 인건비의 전액이 무상급식비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 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규모의 중학교는 급식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 조리종사원을 고용 하기 위해 급식비 가운데 인건비를 우선적으로 사용해야만하기 때문에 학교운영비를 추가적으로 지원하여 인건비 충당에 사용하고 있다.

인건비 보장이 되지 않으면 급식운영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급식의 질을 위해 식재료 구입비를 높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다. 당연히 같은 단가의 식재료비로는 대규모 학교에 비해 소규모 학교의 식재료 질의 저하되고 급식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학교급식의 질을 보장하는데 있어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급식에 사용하는 식재료의 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영양사의 식재료 선택과 식단 구성 등에 의해서도 급식의 질이나 만족도에 차이가 발생하지만 공급되는 식재료의 질이 차이나면 급식의 질 또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동일한 급식단가를 가지고도 소규모 학교와 대규모 학교 사이에는 이와 같은 급식의 질 적 차이가 존재하며 이는 무상급식의 형평성을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관리비와 인건비의 운영도 학교별 차이가 심함
관리비 역시 마찬가지로 소모품을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는 대규모가 학교의 효율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관리비의 여유에 따라 무상급식비로 급식에 이용되는 전기세나 연료비까지 납부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다수의 소규모 학교는 급식소모품을 구입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중학교의 경우에는 무상급식비 내 에 인건비를 모두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소규모학교일수록 인건비부담 도 크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서울지 역은 매년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다 는 점이다. 학생수 감소에 따라 지급 되는 무상급식비의 총액이 줄어들면 조리하는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어 남은 사람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된다.
 
심한 경우 최소한의 조리 종사원마저 고용할 수 없게 되어 급식을 실행하지 못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소규모학교일수록 무상급식비 단가에 대한 불만족률이 높음 최근 본 연구소가 서울시 교육청과 함께 서울지역 초등학교, 중학교 영양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무상급식 예산운영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소규모 학교의 급식비에 대한 불만 족률이 대규모 학교에 비해 높은 것 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학생수 400명 미만의 소 규모 학교의 식품비 단가에 대한 불만족률은 61.1%로 학생수 1,000명 이상의 대규모 학교의 식품비 단가 불 만족률 13.3%에 비해 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의 경우에 도 소규모 학교가 대규모 학교에 비해 식품비, 관리비, 인건비 모든 항목에서 불만족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의 경우에는 소규모 학교의 72.2%가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3. 서울지역 무상급식비 산정 기준의 개선방향

12개 광역시도에서 학생인원규모에 따른 차등지원 시행중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이미 12개 지역은 학교별 학생인원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무상급식비가 지급되고 있으며 인원규모에 따라 평균적으로 7개 구간의 인원기준을 두고 있다.
 
2015년 무상급식비 식품비 지원단가를 기준으로 서울지역은 학생수에 관계없이 동일한 급식비 단가를 지 급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인원규모 100명 수준의 학교와 1200명 수준의 학교의 식품비 단가 차이가 0원인 반면, 전남지역의 경우에는 100명 수준 의 소규모 학교의 식품비가 대규모 학교에 비해 800원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경남은 780원, 울산은 560원, 광주는 580원, 인천은 456원, 부산은 390원, 강원은 320원, 세종과 충남은 200원, 충북은 170원 이었다. 결과적으로 서울지역은 평균적인 무상급식 지원 단가(식품비)가 타 시도에 비해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인원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한 급식비0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학교일수록 타 시도에 비해 무상급식비 지원단가가 오히려 낮은 상태이다.

학교별 학생인원규모에 따른 차등지원 필요
전지역이 도시지역으로, 학교별로 급식여건의 차별적 요소가 별로 없어 보이는 서울지역의 경우도 차등 적이고 차별적인 무상급식지원은 필요하다. 무상급식지원기준을 설정하는데 있어 급식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학교 별 급식인원에 따른 급식단가의 차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서울지역 무상급식의 질이 향상되고, 형평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현재의 무상급식비 지원기준을 학교별 학생인원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차등적인 무상급식비 지원의 방향은 학생인원규모가 작을수록 1인당 급식비를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무상급식 비로 적절한 운영이 가능한 인원규 모와 차등지급의 기준이 되는 인원 구간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인원구간별로 학교급식 운영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적정한 급식비 인상률을 산정해야 한 다. 이를 통해 인원구간별로 새로운 무상급식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무상급식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적 과제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지역 급식질 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반찬수, 식 재료의 질, 부식제공횟수, 조리종사 원의 근무형태별 인원 및 근무시간 등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학교별 무상급식의 질을 조사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차등지원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추가적인 친환경 식재료 지원과 배식도우미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급식 질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더불어 보다 근본적으로 무상 급식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식재료 구매방식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 어질 필요가 있다.

서울지역 차원에서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해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공적인 방식으로 조달을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식재료 부류에도 확산될 필요가 있다. 지자체별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운영함으로써 농촌지역의 소규모 학교에도 동일한 가격에 질 좋은 식재료를 공급하도록 추진하고 있는 현상이 좋은 예라 고 할 수 있다.
 
인원규모가 작은 학교들은 식재료의 소규모 발주와 수의계약으로 인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식재료의 공동구매 방안을 모색하고, 공적인 식재료 조달 경로를 강화함으로써 시장구매로 인한 단점을 보완해 나 가야 한다. 우리사회가 무상급식의 실현을 통해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한걸음을 내딛었다면, 이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무상급식의 면면에 대해 짚어 보고 질적인 성장을 통해 보편복지 제도를 더욱 튼튼하게 가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