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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실 상탄초등학교 영양교사 / 경기도영양교사회 회장

김윤실 영양교사는 양평과 고양 등 경기도 지역에서 20여 년간 학교영양사와 영양교사로 근무해왔다. 친환경 학교급식이 실시되기 전부터 원래 로하스(Lohas)나 친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나 혼자 잘 사는 것보단 이웃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발전하는 건강한 생활 방법이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친환경 학교급식이 보급될 무렵인 2007,8년경에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친환경우수학교 사례발표에 참가하기도 했어요. 고양과 파주교육지원청에서 주관하는, 주로 학부모들을 상대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학교급식에 실천하는 사례 중심의 강의였어요.
 
학교마다 있는 급식소위원회 소속 학부모님들도 많이 오셨지요. 학교급식 학부모대표로 오신거니 강의를 열심히 들으시더군요. 진지한 관심을 갖고 들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성공적인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해서는영양교사의 의식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의 의식도 중요하다고 김 교사는 생각한다. 학부모 교육이 이루어졌던 2007,8년 당시에는 교육청주관으로 하는 교직원 대상 교육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이것이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영양교사는 생산에서 소비까지를 꼼꼼히 챙겨야 해요. 농약 안 친 건강한 먹을거리가 더 좋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학교급식에서는 대량조리의 적합성, 학생들의 성장발달, 균형된 영양소, 아이들의 만족도와 선호도 등 보다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하지요. 친환경 식재료의 유통과 상품성은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도 어려운 점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친환경농산물 벌레 클레임 같은 문제가 그렇지요. 만약 학교급식에서 벌레가 나온 사진이 SNS로 공유되면 학교는 물론 납품업체까지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영양교사들도 친환경농산물이 영양학적으로 훨씬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규격화 등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량조리의 특성상 식재료의 규격이 일정해야 하는데, 친환경 농산물은 그런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 하루 중학교 급식실이 제일 바쁜 시간은 오전이다. 이른 아침에 들어온 식재료를 검수해서 2시간 30분 안에 적게는 몇 백 명, 많게는 몇 천 명분의 음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량의 식재료를 일괄적으로 절단 작업 후 세척하고 조리하는 데, 크기가 제각각이면 아무래도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친환경 단체급식의 어려움
친환경 농산물은 클레임(반품) 문제도 비교적 더 많이 발생한다. “어쩔 수 없이 클레임을 걸 때가 있어요. 생산자, 유통업자분들 입장에서는 속상한 일이겠죠. 그런데 저도 당장 정해진 시간에 급식이 공급돼야하고, 음식에 문제라도 생기면 담당 영양교사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부득이할 때가 있어요. 클레임 물품이라도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클레임을 해요. 한번은 오이를 발주했는데 못난이병에 걸린 오이가 왔더라고요.

외관상으로는 괜찮은데 절단을 해서 보니 속이 비었더군요. 아이들이 가뜩이나 생채소를 안 먹는데 품질 문제까지 있으면 참 곤란하잖아요. 오이를 길게 막대썰기를 해서 소금에 절여서 소고기하고 표고하고 볶는 오이갑장과 요리를 하는데, 푸석한 오이를 쓰면 아삭하지가 않아요. 그런 건 어쩔 수 없이 클레임을 하는 거죠.”

초등학교는 대부분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해 급식의 질이 조금 더 높은 편이지만, 중․고등학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중․고등학생은 일단 먹는 양이 초등학생보다 훨씬 많다. 같은 메뉴가 나가도 양이 많기 때문에 식재료비가 크게 상승한다. 급식단가 때문에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포기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무상급식이 아닌 학부모가 급식비를 부담하는 고등학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제가 아는 영양교사 중에 초등학교에 근무하시다가 고등학교로 가신 분이 있어요. 그분이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식재료를 고집하고 아이들에게 현미밥을 먹이면서 자신도 아토피를 치유하셨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도저히 단가가 안 맞아서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친환경 학교급식이 중, 고등학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죠.”

재작년에는 김 교사가 근무하는 상탄초등학교에 일본에서 온 한일교육문화교
류단이 견학을 다녀갔다. 전 세계에서 영양교사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일본하고 한국 두 군데뿐이다. 일
본에서 온 영양교사가 상탄초등학교를 견학하고, 작년가을에는 김 교사도 일본에 가서 학교급식을 견학했다.

일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그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라고 불리는 그들만의 로컬푸드 운동을 꼽았다. 경기도도 도시 지역이 많기 때문에 100% 로컬푸드는 어렵겠지만,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식 로컬푸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사의 생각이다.

2011년에 시작한 고양시 학교급식지원센터는 현재 상당히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학교현장에 있는 영양교사, 영양사, 학부모, 지역 생산자, 유통업체, 시청,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활발한 의견 교환을 했고, 일산서구 대화동에 물류센터가 세워졌다. 지금은 전국 다른 시도에서 견학을 오기도 한다.

일본 연수 때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에 감명 받아
“친환경무상급식은 아이들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바꾸고 있어요. 건강한 음식을 먹어서 좋은 것뿐 아니라, 아이들이 급식비를 못 내는 문제로 위화감이 생기는 일도 이제 없어졌지요. 또 급식에 관한 정책이나 유통이 좀 통일되고 단순화되니까 효율이 높아진 것도 발전적인 변화예요. 하지만 정산이나 급식행정 등 복잡한 업무시스템은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숙제지요.”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호응도는 매우 높다. 학교에 오는 학부모 검수 모니터링단의 경우 유기농이나 친환경 마크만 봐도 웃음꽃이 필 정도로 좋아한단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인식이 ‘유기농이니 그저 좋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감에만 머물지 않도록, 학부모는 물론 학생이 함께 공감하는 영양식생활교육이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김 교사는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텃밭을 활용한 식생활교육을 하고 있어요. 수확한 배추로 김치를 담기도 하고, 지역 주민센터에 위탁기부도 했어요. 학년별로 1년에 2시간 정도의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교육프로그램에는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 바로알기, 우리나라 전통식생활 등이 포함되어 있죠.”

먹을거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와 농촌의 공생, 환경 문제, 건강 문제 등 많은 지속발전 가능성의 문제와 연결된다. 먹을거리 교육은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 우리의 몸, 그리고 평생 살아갈 자연 환경, 더 나아가 후손과 미래까지 이어지는 일이다. “학교공동체에서의 교육급식 운영이 잘 이뤄지도록,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활동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김 교사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