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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화 수원 효성초등학교 영양교사 |
지난해 11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주관한 ‘제1회 친환경 학교급식레시피 오디션’에서 영예의 1등을 차지한 ‘우리는 고등건강지킴이’팀. 수원지역 3명의 영양선생님로 구성된 팀이 만들어낸 요리는 ‘매콤홍합채소국’, ‘시금치와 함께하는 두부함박스테이크’, ‘연근부각샐러드와 참깨드레싱’, ‘무조랭이떡왁저지’...딱 들어봐도 홍합국에 들어가는 배추나 함박스테이크에 들어가는 두부, 시금치는 아이들이 별로 선호하는 식재료가 아니다. 연근이나 무도 그렇다. 이러한 식재료를 가지고 1등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엄마마음으로 밥을 하고, 급식 한 끼에도 이야기를 담아 제공해 주는 학교. 아이들이 몸에 좋은 음식을 먹지 않고 편식하는 것을 늘 안타깝게 여긴 ‘우리는 고등건강지킴이’팀의 일원인 이영화 영양교사를 만나봤다.
올해로 20년이 넘는 시간을 급식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 온 이 교사. 이 교사가 올해 3월에 발령받아 근무하는 수원 효성초등학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종훈 기자, 김영찬 기자>
○ 월별로 국가를 선정, 그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알려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나중에 급식에 대한 추억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급식 하나하나에도 이야기를 담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세계화 된 지금 아이들에게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소개해 주는 방법이었지요. 한 달 동안 한 나라를 선정해서 그 나라의 음식을 한 끼 정도이지만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식당 벽면에는 그 나라의 문화를 사진과 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가 선정됐다면 카레를 급식으로 주는 것이지요. 나라 선정이요? 물론 제 마음대로입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의 기호에 맞춰 한식 대신 외식 메뉴에 나오는 음식을 제공할지라도 그 음식의 뿌리와 음식문화에 대해 알고 먹게 하자는 뜻에서 음식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나라를 넘어 우리 음식에도 이야기를 입히는 중이다.
“8도 음식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주비빔밥 등 전라도 음식, 콩과 감자를 이용한 강원도 음식, 명절과 절기 음식을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에게 내려고 합니다.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인데 김치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김치 음식도 만들어 보려구요.”
이영화 교사가 효성초등학교에 부임한 것은 지난 3월. 이 교사의 노력에 아이들의 반응이 좋다. 그동안 문화도 모르고 그저 입맛에 맞는 음식만을 고집하던 아이들은 이 교사의 신선한 시도에 흥미를 느낀다. 누군가 그랬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 편식 줄이려 식당을 돌며 급식지도
이영화 교사가 이벤트에만 신경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점심 식사시간에는 식당 여기저기 다니며 학생들이 밥 먹는 모습을 눈여겨 보며 편식 지도를 한다.
“아이들의 편식 줄이기에 가장 노력을 합니다. 연구 끝에 나온 것 중 하나를 예를 들면 뿌리과 채소의 경우 얇게 썬 뒤 부각식으로 튀김을 만들었더니 아이들이 과자처럼 생겼다며 잘 먹더라고요. 비린내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생선은 식사시간 때 일일이 조각을 내 아이들에게 먹이고, 재량수업 때 왜 생선을 먹어야 하는지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 교사는 자신의 열정 덕에 750명 급식을 만드는 5명의 조리사들이 고생이 많다고 귀띔한다.
“하루는 불고기를 고추장에 버무려 빨갛게 만들었지요. 조그마한 저학년 아이들이 개구리 튀듯 벌떡 일어나 물을 마시러 달려가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고학년 아이들을 위해서는 고추장을,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된장으로 맛을 내는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까다로운 저를 이해해 주시고 따라주시는 조리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학교급식 덕분에 아이들이 변해갈 때 뿌듯해
초등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는 거의 모든 것이 친환경 재료다. 채소는 무농약이 대다수. 이 좋은 재료에 설탕과 소금의 양을 제로에 가깝게 줄여 요리한다.
이 교사는 아이들의 입맛이 얼마나 변했는지 실험을 했다. 아이들에게 모둠별로 콩나물국을 만들어 와서 각자 입맛에 맞도록 소금을 첨가해 보도록 한 것. 콩나물국을 끓일 땐 다시마와 멸치만으로 국물을 내고 소금은 하나도 넣지 못하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시마와 멸치만으로 국을 끓여도 염도는 0.2% 정도가 나와요. 그 콩나물국을 맛본 아이들은 맛이 없다고 난리였지요. 그런데 각자 입맛에 맞게 소금간을 한 후 염도를 측정해 보니 급식에서 제공하는 국과 같이 염도가 0.6% 이하인 거예요. 식생활에서 염도를 낮추는 건 무척이나 어렵거든요. 그 어려운 걸 아이들이 해낸 것이죠. 무척 뿌듯했습니다.”
○ 영양교사는 만능맨...임상영양사 도입 이루어져야
지난 20여년 세월을 아이들에게 밥을 주며 밥 공덕을 쌓아온 이영화 교사. 이 교사의 바람은 무엇일까.
식생활교육에다 음식에 대한 지식, 조리사 관리, 기계 운용 등 영양교사는 만능이지만 이 교사는 알레르기 학생들의 고통은 덜어줄 수가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단다.
“당도 낮춘다고 설탕 대신 사과를 갈아서 불고기에 넣었는데 사과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이 있는 거예요. 가슴이 철렁했지요.”
현재 상태에서는 알레르기 학생을 관리할 방법이 제외식이거나 김 등으로 대체를 하는 대체식밖에 없다. 알레르기 학생에게 식사처방과 상담을 해주는 ‘임상영양사’도 없다.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므로 평등하게 같은 음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해요. 같은 모양이지만 알레르기 식재료가 없는 그 아이의 맞춤형태의 급식이죠. 그러려면 인력확충 및 작업장 분리도 필요하고 우선 상담관리라도 할 수 있게 임상영양사제도가빨리 도입해야합니다.” < 저작권자 © 식량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