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 만나는 영양교사는 용인시 나산초등학교 장미선 교사. 장 교사는 식단 작성하랴 식재료 검수하랴 기존 영양교사 업무만으로도 바쁘고 힘든 가운데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극’이라는 신선한 방식을 통해 급식예절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영양교사 20년차인 장미선 교사를 만나봤다.
<김종훈, 김영찬 기자>

▲ 정미선 용인 나산초등학교 영양(교)사

■ 예절은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것
-급식과 연극이라니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어떻게 연극을 활용하게 됐나.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이 많은 변화를 거쳤는데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을 보면 인성과 창의성을 두루 갖춘 인재를 육성하자는 게 근본 취지입니다. 예술과 체육, 체험활동을 통해 인성과 창의성이 융합된 인간을 육성하자는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연극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육에 연극을 융합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마침 경기학교영양교사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그 예산으로 전문 예술 강사를 섭외하고 관내 선생님들이 모여 ‘영양연극 연구회’를 조직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에게 연극을 이용해 수업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가 연극을 배워야 했다. 장 교사는 연극을 배우고 교육에 접목시키기 위해 교사들의 연극모임을 결성한 것.

“취지에 동감하는 성남과 용인, 가평 지역의 선생님들이 모였어요. 지역도 다양하고 교사 연차도 1년차에서 25년차 선생님까지 다양한 선생님 12명이 모였습니다. 선생님들은 올해 6차례 방과 후에 모여 저녁 8시까지 연극을 배웠습니다. 연극을 배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 서로 간의 감동 소통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아이들이 연극을 매개로 수업을 하면 소통과 아이들 간 이해에 도움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극을 전혀 몰랐던 교사들이었지만 주제를 정해 스토리를 만들어 대본을 작성하고 상황에 빠져 연기를 하는 동안 교사들은 서로의 애환에 대해 알게 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다.

■ 급식예절에 대한 상황별 카드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연극 만든다
-연극을 어떻게 학생들 교육에 접목시켰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급식예절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급식예절교육은 질서를 잘 지키자는 내용으로 주입식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게 전부였죠. 게다가 내용이 너무 식상해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예절교육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연극, 상황극으로 아이들이 예절교육을 습득하게 했습니다.”

나산초등학교는 총 47학급인 대규모 학교. 나산초는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식생활예절교육을 실시해 왔다. 대규모 학교이다 보니 급식도 3차례에 나누어 실시하고 있고, 배식할 때도 5, 6학년 고학년 학생들이 함께 담당하고 있다. 정 교사는 여기에 착안, 3학년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극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3,4학년 학생들이 급식예절을 배워 5,6학년 때 배식도우미로 활동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뜻.

-실제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
“연극수업은 어떤 상황을 가정해 교사가 핵심적인 상황카드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각 상황별 카드를 연결해 가며 스토리를 만들게 됩니다. 만들어진 스토리를 가지고 아이들이 직접 연기를 하면서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장 교사는 실제 연극수업을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준다. 연극수업은 먼저 ‘더운데 잠시 위생모자 벗어야지’, ‘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친구밥에 들어간 머리카락...’, ‘대박 이게 뭐야 밥에서 머리카락 나왔어’라고 씌어 있는 상황별 카드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상황별 카드를 받은 아이들은 각 상황을 연결하며 대사를 만들어 나간다. 대사를 완성한 아이들은 각자 배역을 정한 뒤 상황극을 펼쳐 나간다. 아이들의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상황극을 통해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들어가지 않도록 배식할 때 왜 위생모자를 써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더워서 모자를 벗었는데 모자를 벗으니 머리카락이 밥과 국에 들어갔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지요. 시금치 등 아이들이 싫어하는 나물반찬이 나왔을 땐 버리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연극으로 해보니 영양이 어떻다 해서 나물을 먹어야 된다고 교육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더라고요.”

■ 연극을 위한 수업보다는 교육을 위한 연극이 되어야 해
“연극의 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소통하게 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던 것도 아이디어를 모을 때 해결된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특히 국어 등 일반 과목의 경우 시험도 봐야 하고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연극수업의 경우는 평소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아이들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등 아이들의 끼와 적성을 살리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극을 위한 수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을 위한 연극이 되어야지요.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수업목표를 뚜렷하게 세워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끊임없는 교사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올해 나산초등학교에 부임한 장 교사. 장 교사가 이 학교에 오기 전 근무했던 학교는 24학급이었는데 48학급 대형학교에 부임하자 처음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급식을 세 차례 나눠 해야 하는 등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바쁜 가운데 힘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야 저도 살고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우리 연극연구회 선생님 한 분이 연극 공개수업을 한 뒤 쓴 시가 있습니다. ‘살짝 밀어주었을 뿐인데 신이 나서 굴러가는 수레바퀴처럼 연극수업을 통해 성숙해지는 아이들을 보니...’라는 시입니다.”

■ 음식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어 늘 감사한 마음뿐
장 교사가 영양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급식을 만들어주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건강입니다. 아마도 우리 학교가 연간 식용유 사용량이 제일 적을 겁니다. 식용유를 거의 안 씁니다. 따라서 튀김음식은 전혀 만들지 않지요. 식용유는 거의 재료인 콩이 GMO인데다 튀김음식은 장시간 조리하다보면 산패가 돼 나중에 먹는 아이들은 기름에 절고 산패된 기름으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20년을 영양교사로 근무해 온 장미선 교사. 장 교사에게 영양교사란 어떤 의미일까.

“음식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어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먹거리라는게 평생이 걸린 문제잖아요. 아이들한테 늘 건강한 음식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내가 만든 음식이 어떤지 공유하고 공감하고 또 아이들이 이해해 줄 때 뿌듯하고 보람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