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호 자주노업연구소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탄핵하면서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의지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한국사회 전반에 민주의 봄날이 활짝 열리길 간절히 기원한다.

특히나 94년 이후 개방농정으로 일관된 농업분야에서는 규모화와 상품경쟁을 중심으로 농업전반에서 지난친 획일주의와 사대주의가 팽배해져 농업민주화가 그 어느때보다 간절하다.

수입중심의 개방농정이 본격화된것은 94년 UR협상 이후로 이시기에 지방자치제도 함께 시작된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전체적으로 농업분야에서 지방자치농업의 영향력은 매우 낮다. 특히나 농업예산을 두고 본다면 지방자치농업은 전체농업에서 20%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업 흥망성쇠의 열쇠는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가 쥐고 있다. 중앙정부는 농업에 대한 막대한 예산권을 바탕으로 획일주의와 규모화를 추구해왔지만 그 결과 농업은 지역적 창조성을 상실하고 무참하게 몰락해왔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농업적 대안들은 지방자치농업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사회적 정치적 화두였던 친환경학교급식운동도 전남에서 시작되었으며 대량생산중심의 농산물유통구조를 혁파할 유통의 획기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로컬푸드운동도 완주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NON-GMO급식운동의 바람도 지방에서 불고있다. 이렇게 본면 한국의 중앙집권적 농업행정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를 쉽게 알수 있다.

중앙집권적 농업행정의 가장 큰 문제는 농민의 처지와 요구에 기반하지 않고, 일부 농업관료와 농업학자 그리고 여기에 빌붙은 농협을 비롯한 유통자본의 이해와 요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획일적 농업행정은 지역적 실정에 기반한 창조력은 기대할 수 없으며 오로지 업자의 이익에만 복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어떤 이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농업부야의 예산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즉 예산이 적어 농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이문제에 앞서 먼저 진단해 보아야 할 것이 예산의 분배구조문제와 지방자치농업행정이라 본다.

지난 20년 줄기차게 진행된 농업규모화운동과 내리먹임식의 획일주의로는 농업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경쟁력이 키워지기 보다는 줄세우기와 길들이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 농민들이 20여년 전보다 권력에 줄을 서고 저항력을 상실했으며 순응해가는 원인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리먹임식 획일주의가 있었다.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후계농업인 육성제도나 새롭게 대안으로 등장하는 자조금운동을 보면 한국농업이 얼마나 현장에 기초한 농업행정을 하지 않는지를 잘 알수 있다. 지역의 처지와 실정에 맞게 후계농업인을 육성해야 할 것이며 지역에 기반해 농축수산물 자조금을 운용토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언제나 궁금한 것은 많이 배우신 관료와 학자분들이 지금의 이문제를 모르는 것일까? 이다.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방분권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농업전문가라는 학자와 관료에게 답을 구하기 보다 가장 밑바닥 현장 농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기반해 농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의 하나인 농업에 대한 권력을 지방정부로 돌려주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또한 이 권력을 농민에게 돌려주어야 할것이다.

기대가 많은 이번 대선에 호남에서 벌써부터 모 야당 대선후보에게 농민들의 줄서기가 감지된다. 그것도 심각할 정도로? 부디 바라옵건데 주인 대접은 못해줄망정 농민을 줄세우려 하지 마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