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1일 정부로부터 안전성검사기관으로 지정된 모 업체가 제시한 A 농가의 상추 시료 사진과 곤죽 형태로 보관된 시료. 그러나 원물 시료는 보관되지 않았고, 곤죽 형태로 보관된 시료는 이름이 다른 박스에 보관돼 있었다.

경기도 학교급식에 공급된 친환경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것과 관련 해당 농가와 소속 단체에서 검사기관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학교급식에 공급한 친환경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며 학교급식 중단 통지를 받은 경기도 친환경농민 A 씨와 A 씨의 소속단체의 회장 B 씨는 지난 7월 11일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한 안전성검사업체를 방문, 검사를 마치고 남은 자신의 농산물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검사업체에서는 검사를 하고 남은 분쇄된 주먹만한 크기의 비닐 봉지를 A 씨의 농산물이라며 가져왔는데, 이를 본 농민들은 “이렇게 곤죽이 된 것을 가져오면 이것이 내 것인지 어떻게 알겠느냐”면서 “원물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검사업체는 “1kg을 수거해 500g은 검사를 하고 500g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농민들은 의문을 제기하며 시료 채취 과정을 따져 물었고, 검사업체에서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를 통해 확인된 것은 학교에 배송된 식재료에서 학교 영양(교)사는 1kg을 남겨 놓고 요리를 했고, 검사업체에서 이를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시료를 담은 비닐봉지에는 검사업체에서 기록한 번호만 있을 뿐 시료를 채취한 사람과 이를 확인한 영양(교)사 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검사를 하고 남은 시료를 원물 형태로 보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분쇄된 봉지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스티로폼 박스에 보관돼 있었다.

이에 대해 검사업체 관계자는 “당일 그 학교에는 한 농가의 상추만 공급됐기 때문에 시료가 뒤바뀔 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검사업체의 말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관계자는 B 회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그 학교에 배송된 상추는 2농가가 각각 14kg과 1kg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검사업체에서는 자신들의 검사 내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안전성검사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해도 시료 수거 과정에 대한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허술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검사기관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면 믿어야만 하는상황으로, 안전성 검사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농관원의 한 관계자는 “학교급식 유통과정에서 여러 단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과정도 잘 살펴 보아야 한다”면서 “유통과정에서 시료가 바뀌어 큰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적발된 A 농가는 그동안 사용해 온 모든 친환경제제를 수거해 안전성검사를 의뢰했으며, 해당 검사기관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