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권 한반도배영농조합법인 대표

지난 6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열린농원에서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주최의 친환경 배 생산자 교육이 있었다. 이날 강사로 교육을 진행한 열린농원 김상권 대표(한반도유기농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교육생들에게 그동안 자신이 써 온 영농일기를 공개했다. 이러한 김 대표의 영농교육의 영향으로 올해 경기도 학교급식 친환경 배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나 혼자서만 잘 살려고 했다면 친환경 배 대신 GAP인증 배가 학교급식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친환경농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 전 도시에서의 사업을 접고 귀농해 배농사를 시작한 김상권 대표는 전국의 친환경 배 재배 농민들과 함께 유기농 배 영농기술의 토대를 마련한 뒤 판로 마련을 위해 학교급식에 뛰어들었다. “학교급식이 없었더라면 친환경 배 재배 농가들은 벌써 주저 앉았을 것”이라며 학교급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상권 대표를 만나 학교급식과 친환경농업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10월 20일 화성시 우정읍 열린농원에서 진행했다.
김상권 대표는 오는 12월 반드시 그동안 장기집권 해 온 회장직을 내려 놓는다는 각오다. 평회원으로 돌아가 농장 일에만 전념하고 싶다는게 김 대표의 꿈이다.
<김규태 기자>

저농약인증은 처음부터 도입하면 안되는 제도였다
2016년부터 저농약인증이 폐지되면서 대부분의 농가들이 관행농으로 복귀했다. 정부에서 그동안 헛 돈을 쓴 것이다. 저농약인증 제도는 처음부터 도입하면 안되는 제도였다. 저농약인증이 허용되는 동안 농민들은 어렵게 무농약 농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GAP인증도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저농약인증에 쏟아부은 예산을 무농약인증 농가 육성에 사용했더라면 상당한 무농약인증 농가를 육성 했을 것이다.

GAP는 실패한 저농약정책에 또 다시 예산 투입해 친환경농업 발목 잡는 나쁜정책
저농약정책의 목표는 단계적으로 무농약인증농가를 육성한 뒤 유기농으로 접근시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아예 저농약에 투입한 예산을 무농약에 투자했다면, 학교급식을 무농약부터 지원 했더라면 현재 우리나라 친환경농가 수가 이정도로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보조금을 주면서 GAP인증 농가를 육성하려 하는 것은 정부 예산을 들여 친환경농가들의 발목을 잡는 나쁜 정책이다.

농민들이 친환경으로 못 가는 이유는 2가지
농민들이 친환경으로 못 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판로가 없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농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사가 어려운데 판로까지 없으면 누가 농사를 하려고 하겠는가.

5~6년 노력 끝에 유기농법 토대 마련
10여년 전 전국에서 모인 40~50여 명의 친환경 배 농민들이 나주에서 유기농 배 연구회를 만들었다. 모두 “이대로는 유기농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며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했다. 모임 때마다 1박을 했는데 모두들 한 잠도 자지 않고 토론했다. 각자의 영농일지가 교과서였다. 5년을 하니 유기농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혔다. 그 전까지는 유기농이라고 할 수 없었다. 유기농업은 하는데 생산을 할 수 없는 농업이었다. 이렇게 해서 유기농업의 아우트라인이 잡혔다.

지속가능한농업 목표로 한반도배영농조합법인 창립
유기농업연구회를 만들어 어렵게 농사를 성공시켜 놓았는데 판로가 없었다. 그래서 2012년 두 번째 만든게 한반도배유기농영농조합법인이었다. 법인을 만든 이유는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물량을 하나로 모아서 판매하자고 결의하고 가격도 정했다. 우리의 목적은 지속가능한 농업이었다. 그러려면 제값을 받아야 했다. 1,200원에 납품하던 주스용 배 가격을 2,500원으로 올렸다. 특별한 판로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 학교급식 진출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을 하려면 학교급식에 납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급식은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판로를 찾아 4년 전 학교급식을 찾아다녔다. 그 때는 저농약시대라 학교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불과 몇 톤 밖에 출하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3년 전 경기농림진흥재단(현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을 직접 방문, 2015년부터 친환경 배 학교급식을 시작했다.

비품과로 주스 만들어 공급하면 학교급식 품위 높아질 것
배 농사는 4월에 꽃 피고 10월까지 온갖 풍마를 다 견뎌 내야한다. 그래서 상품과는 전체 물량의 60%밖에 안된다. 현재 학교급식에서 kg당 6천원을 받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4천원 정도 밖에 안되는 셈이다. 생산량도 60%밖에 안 되는데 가격마저 떨어지면 누가 유기농을 할 수 있겠나. 그래서 유기농 하는 사람들이 미친놈 소릴 듣는거다. 이때 비품과를 주스로 만들어 현재 2,500원인 것을 4천원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은 품위만 급식으로 출하하면서 학교급식의 품위를 높일 수 있다.

과일주스 연 1~2회만 급식으로도 유기농업 가능
수입주스는 농축액이다. 희석해서 먹이는데 400원이 들고, 생과를 위생처리 잘 해서 짜면 800원이 든다. 50%만 정부에서 지원해 주면 똑같이 아이들에게 400원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400원을 지원해 주면 농가 수취가가 4천원이 되어 품위를 높일 수 있고, 학생들도 깨끗한 배를 먹을 수 있다. 경기도 80만 학생들에게 1봉씩 먹이면 60~70톤이 된다. 1년에 2회만 주스를 공급하면 생과의 품위를 높일 수 있다. 서울 학생들에게는 한 번만 먹여도 된다. 배는 항산화 성분이 있어서 환절기때 먹이면 좋다. 친환경농사를 하면 웬만한 과일을 다 팔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서 많은 농민들이 친환경농사를 하게 될 것 아닌가. 그런 날을 생각하고 있다.

전국 친환경 농가 수 만큼 경기도 친환경농가 증가
3년 전 경기도 친환경 배 농가가 5농가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30명이 됐다. 경기도가 친환경급식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지난 1년동안에만 20명이 늘었다. 전국의 친환경 배 농가 수만큼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주스까지 만들어 보급하면 친환경 배 품위도 올라가고 친환경 농가 수도 더 늘어날 것이다. 학교급식이 아니었으면 친환경 시장은 주저 앉았을 것이다.

올해 경기급식에는 GAP 배 안 들어와도 될 듯
지난 봄 영농교육에서 그동안의 영농일지를 공개했는데, 그 결과가 경기급식 확대로 이어지면서 결과가 너무 좋았다. 안 그랬으면 GAP가 경기급식 시장을 점령했을 것이다. 거꾸로 함께 따라와 준 농민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이 분들의 노력으로 친환경 배가 경기도 학교급식에 자리를 잡았다. 이 보다 더 좋은 소식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