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친환경농업 인증제도 개선 토론회 열려
- 결과론적 처벌강화가 아닌 과정중심의 인증제 개선 강조

계란 살충제 파동과 친환경 농가 DDT 검출 이후 정부는 먹거리 안전성 강화를 내세우며 친환경 인증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단속 강화 및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결국에는 친환경농업인을 예비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살충제 파동, 농약 검출 등이 모두 농가에게만 책임이 있는 양 몰아가면서 단속과 처벌만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 지난 2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친환경농업 인증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살충제 파동으로 인한 친환경 소비심리 위축, 부실인증 및 소득보장 결여로 침체된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의 신뢰회복과 친환경농업의 개선 및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제시됐다.

지난 2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친환경농업 인증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농업과 행복한 미래’가 주최하고, ‘친환경 농업 개혁과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친환경농업 관련 단체 외에도 많은 연구기관, 시민단체, 언론에서 참여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윤소하 국회의원(정의당)은 인사말에서 “농업과 농촌은 이제 농민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 모두의 문제”라면서 “지금 친환경농업의 문제를 농업과 농민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져야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환경보전을 위해 올바른 인증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조완형 한 살림연합 전무이사는 ‘친환경 인증제의 문제 근원 진단과 근본 대책 모색’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친환경농업의 관행농업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산업적 측면만을 중시해 온 친환경 농업의 관행농업화 정책을 재검토해 본래의 정체성과 대안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방향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면서 “저투입·내부순환·자연공생을 키워드로 하는 진정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이런 방향에서 친환경농업 인증제도가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증제도 개선의 한 방법으로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자주인증시스템’ 도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병덕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은 ‘유기농에 농약검사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유기농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잔류농약 검사는 오히려 비양심적인 농가에게 면죄부를 줄 뿐”이라고 현행 잔류농약검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인증제 개선에 대해 유기농의 정의와 목적을 재검토하여 ‘안전’ 보다는 ‘건강’한 식품이라는 인식개선과 함께 현재 결과만을 앞세우는 인증방식을 벗어나 과정 중심의 인증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최근 친환경농업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친환경 인증제도의 주요 개선방향으로 △과정 중심의 인증시스템 전환 △비의도적 인증 위반 농가에 대한 구제 방안 마련 △영농일지·생산계획서 등 서류 간소화 △생산관리자 제도 보완을 통한 사전 위험 요소 관리체계 구축 △인증기구의 관리 능력 향상 및 감독 시스템 전면 개선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보완 및 지속 필요 등을 주장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이상혁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 과장,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김범석 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 회장, 김태연 단국대 교수(한국유기농업학회)가 토론자로 나서 인증제도 개선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특히 정부의 인증제도 개선 방향이 관리기준 강화 및 처벌에 대한 세부규정 마련, 검사확대 및 처분 강화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지속가능한 생태를 만들어 가고 그러한 가치와 행위를 보장하는 친환경농업 본연의 자세가 지켜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주인증시스템 등 친환경농업 선진국의 인증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회복과 생산자-정부-인증기관 상호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친환경 농산물 용어 및 인증마크 개선과 인증기관의 전문성 강화에 대한 주장도 제기됐다.

토론회에는 지역 친환경농업인들도 많이 참석했다. 고재평 김포시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항공방제와 같은 비의도적 농약 혼입에 대한 구제방안 마련과 함께 인증기관이 절차와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잔류농약 검사를 해 인증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전남에서 상경한 친환경 농업인 역시 인증기관의 자질과 부실인증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살충제 파동으로 인한 친환경 소비심리 위축, 부실인증 및 소득보장 결여로 침체된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의 신뢰회복과 친환경농업의 개선 및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영재 전국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친환경 인증번호가 요즘에는 수인번호 같다. 이 인증번호가 떳떳하고 자부심 가득한 번호가 되도록 여러 사람이 뜻을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친환경농업을 지켜나가고 있는 농가들의 바람이 ‘올바른 인증제도의 개선’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