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인증사고, 포기하지 말고 조직적으로 대처하자”
무혐의 친환경농가, “혼자였으면 벌써 포기 했을 것”
친환경학교급식출하회, “회원 신뢰 없었으면 조직적 대응 못했을 것”
지면 92호 1면 (2018.1.2.)

학교급식으로 출하한 자신의 친환경 상추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난해 7월 11일, 라빛나 씨의 삼촌 라운기(46) 씨는 곧바로 안양에 있는 안전성검사기관을 찾았다. 이날 라운기 씨의 안전성검사기관 방문에는 김포시친환경학교급식출하회 고재평 회장이 동행했다. 김포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고재평 회장은 안전성검사 기관 방문을 마친 뒤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시료가 바뀐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후 라 씨의 인증취소 사건은 김포시친환경학교급식출하회가 공식 대응에 나서면서 검찰고발과 토론회 등에 조직적으로 참여했다. 12월 21일 최종적으로 무혐의 통보를 받은 라 씨는 “혼자였으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라면서 “전국의 친환경 농민들에게 이같은 일을 당할 경우 꼭 조직적으로 대응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2월 29일 김포시 하성면의 라빛나 농장에서 고재평 회장과 함께 진행했다. 사진 왼쪽이 고재평 회장, 오른쪽이 라운기 씨.  <김규태 기자>

▲ 학교급식으로 납품한 친환경 상추에서 농약이 검출돼 친환경 인증 취소 예고 처분이 내려졌던 농가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친환경농민들이 반기고 있다. 무혐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함께 노력한 김포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고재평 회장(왼쪽)과 라빛나 농장의 라운기 씨.

6개월 학교급식 출하정지... 피해액 5,000만원
▸라운기: 친환경 인증 취소 사전통지를 받은 이후 학교급식 뿐만 아니라 로컬푸드 납품도 정지됐다가 21일 무혐의 처분 통지를 받자마자 재개됐다. 학교급식을 위해 상추, 감자, 근대, 얼갈이, 시금치 등을 계약재배 하면서 매월 1,000여 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6월 20일부터 6개월 동안 학교급식 출하가 정지되면서 방학기간을 빼더라도 약 5,000여 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외국인 근로자 월급도 제 때 주지 못했다.

엉뚱한 시료로 검사 했을 것
▸고재평: 이번 라빛나 인증사고까지 총 3회의 사건을 겪으면서 모두 다 똑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7년 강북농관원 사건과 똑 같다. 당시 유기농인증으로 생산한 상추에서 잔류농약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고 달려갔는데, 그 때도 유리병에 갈아 놓은 시료를 내어 놓았다. 상추 원물을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재검사를 하지 않다가 밤늦게 매장에 있는 원물을 검사해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처음 공문을 팩스로 받았는데 담당자도 없는 공문이었다. 이의를 제기하자 이번에는 담당자는 있는데 소장 이름도 없고 당연히 직인도 없었다. 또 이의를 제기했고 그제서야 소장 직인이 찍힌 공문을 받았다. 당황한 농관원 직원들이 팩스를 4회씩이나 보내왔다. 당시 공문을 가보로 보관하고 있다.

혼자였으면 벌써 포기했을 것...조직적으로 대처하시라
▸라운기: 친환경농사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농사를 처음 배우면서 일반 농사는 아예 알지도 못한다. 따라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고 끝까지 갈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검찰에서 사건을 기각하면서 나만 떳떳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란 생각에 좌절하기도 했다. 이의신청 기간에 이의신청을 한 것이 업무방해라면 이의신청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김포시친환경학교급식출하회와 고재평 회장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일을 당하다 보니 혼자 해결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이 생길 경우 각 시․군별로 출하회 회원들과 서로 상의해서 대처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안전성검사기관이 이런 갑질을 하는 것은 농민들이 아무런 이의신청도 하지 않고 너무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뢰할 수 있는 안전성검사를 해 달라
▸고재평: 날짜와 담당자, 입회자 이름이 새겨져 있는 봉투에 시료를 채취해 달라. 언제, 어디서, 누가 채취했는지도 모르는 시료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 그리고 이의신청에 대비해 시료 원물도 남겨야 한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 지퍼백에 담아간 것은 대충 얼렁뚱땅 보따리에 시료를 싸 간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규격화된 인쇄된 봉투에다 생산자 넣고, 날짜 넣고, 입회자 입회하에 테이핑 해서 시료를 채취해 달라. 또 그릇도 깨끗하게 소독해서 한 건, 한 건 정성스럽게 장인이 작품을 만들 듯 안전성검사를 해 달라. 아무리 흙 밟고 사는 농사꾼이지만 내가 실수하면 이 생산자는 죽는다 하는 심정으로 검사를 해야만 앞으로 우리가 안전하게 맘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지 않겠나. 이런 식으로 안전성검사를 하게 되면 언제, 어떻게, 누구한테 걸릴지 모른다. 맘만 먹으면 이런 식으로 걷어가서 인증취소 시키고 싶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검사 방법은 다시는 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