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현 군포수리산출하회 회장

WTO, FTA 시대의 대안농업정책으로 부상한 학교급식은 물밀 듯 밀려오는 값 싼 수입농산물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 농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아가 경쟁력이 없어 사라졌던 농사가 다시 복원되고 이미 도시화된 지역에서도 학교급식 출하회가 결성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던 농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군포시 둔대동 군포수리산출하회 유정현 회장의 농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유 회장은 농사 1년만에 다시 한농대에 입학한다.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농사를 위해서다. 한농대 졸업학기에 출하회를 만들고 졸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학교급식에 참여했다. 군포지역 학교급식의 역사와 유 회장의 농사 경력이 일치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유 회장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결혼에 대한 고민이다. 올해 34세인 유 회장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좋은 여성을 만나는 것이고, 내년의 목표는 결혼을 하는 것이란다. 그런데 모아 놓은 돈은 없고, 농사 여건 상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만큼의 소득도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작년에는 가뭄과 장마 등으로 흉년이 되면서 농사까지 반토막이 났다.
본격적인 농사 4년만에 맞은 위기. 유정현 회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선배 농민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한 대목이다.
오전 인터뷰를 마치고 오후에 출하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유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도 출하회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김규태 기자>

○ 2년 전(2016.1.27.) 수리산출하회 탐방때 7명의 회원에 출하 품목은 5개였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 2명의 회원이 출하회를 탈퇴했지만 새로 2명이 가입하면서 회원 수에는 변화가 없다. 블루베리 농사를 하시는 분이 출하회에 가입하면서 품목도 늘어 지금은 노지작물 포함 총 10여개 품목을 출하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닌데 품목과 양이 늘어났다. 그 만큼 학교급식을 하면서 회원들의 농사가 다양해졌다. 과채류, 엽채류에 이어 블루베리가 출하되면서 학교급식 품목이 과일까지 확대됐다.

○ 안양군포의왕지역 친농연 건설이 과제
- 4년동안 출하회 활동을 하면서 사업조직의 한계를 너무 많이 느끼고 있다. 도 연합회 회의에 결합하지 못하면서 충분한 정보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회의 때마다 연합회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있어 곧 창립총회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군포에는 쌀 농가가 없는데 의왕시에 쌀 농가가 있어 이 분들과 함께 친농연 창립을 논의 하고 있다. 출하회도 공동급식지원센터와 발 맞춰 안양군포의왕지역 출하회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친농연을 창립해 경제조직의 한계를 극복하는게 출하회 과제중 하나다.

○ 출하회 운영의 어려움..농지와 농민이 부족하다
- 안양군포의왕지역 모두 농업기술센터가 없다. 의왕시에는 도시농업과가 있는데 군포시는 농업부서 자체가 없고 경제사업소에 농업 담당 직원만 있다. 조금 있는 농지는 점점 줄고 있고, 인적 자원이 부족해 4년 째 회장을 보고 있다. 출하회원을 확보하고 다른 분에게 회장을 넘기는게 과제다.

○ 물량 배정보다 생산력이 문제다
- 대체적으로 물량 배정은 괜찮은데 연작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게 문제다. 계약재배를 하다 보니 매년 같은 품목을 심어야 하는게 문제다. 병해충이 점점 심해져 오이의 경우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반토막 났다. 윤작을 하려 해도 심을 땅이 없어 문제다. 출하회 내에서 품목을 나눠 윤작을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도 연합회에서 계약재배에 맞는 지속적인 작부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원 농가들의 생산기술 향상 교육이 시급한 과제다.

○ 도 단위 안정적인 급식정책 수립해야
- 4년 전에 비해 급식사업이 이젠 자리가 잡힌 것 같다. 초창기때는 도지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친환경급식이 지속되느냐 아니냐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런 위험은 없어진 것 같다. 이런 부분은 많이 발전한 것 같은데 한편으론 광역체계 보다 기초지자체별로 개별적으로 급식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 우려된다. 지자체별 급식 추진 요구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데 농민들한테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된다. 시군출하회 중심으로 급식이 운영될 경우 지역적으로 쪼개지면서 힘이 약화돼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친환경 우선 정책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와 시군이 어떤 형태로 결합돼야 하는지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 급식토크 이후 학부모 농활, 센터 운영위원 참여
- 수리산출하회가 지역내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없지만 지난해 안양군포의왕공동급식지원센터와 공동으로 급식 관계자들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것은 큰 경험이었다. 그동안 센터와의 접점이 없었는데 토크콘서트 이후 학부모들이 출하회 농가로 농활을 오고, 센터 운영위원회에도 출하회장이 생산자 대표로 참여하게 됐다. 센터 직원들도 출하회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농사 지으면서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회의만 갔다와도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그래서 센터의 존재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전에는 시에서 잘 몰랐지만 친환경 관련 사업을 출하회 이름으로 신청하면서 시에서도 출하회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다.

○ 학생, 학부모와 연대활동 확대할 것
- 올해는 급식사업과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사업도 확대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강사육성 교육도 고민하고 있다. 출하농가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적극적으로 하실 분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다. 농민이 어려우면 센터 모니터링단을 강사로 육성해 활용할 생각이다. 모니터링단에서 진행을 하고 농민이 농장 소개를 하면 될 것 같다. 올해는 센터와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영양사, 학부모, 센터 직원 등 학교급식 관계자들과 함께 진행했던 토크콘서트도 연례행사로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농업 정착 후 한농대 입학...두 번째 대학 입학
- 건설업을 하시던 아버지가 고향인 군포에서 농사일을 시작하셨고, 3년 후 아버지를 따라 농업을 직업으로 하게됐다. 대학 졸업 후 1년 정도 다니던 직장을 적성이 맞지 않아 그만 두고 아버지 농장 일을 돕던 중 농사가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농사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한농대 채소학과에 입학, 3년 동안 공부를 마친 뒤 아버지 농장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한농대 입학 당시 나이는 28세였다. 한농대에 가기 전에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농사일을 도왔는데, 졸업 후에는 내 생각대로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아버지와 의견 차이가 발생했다. 그래서 농장을 따로 운영하게 됐다. 물론 아버지가 터를 잡아 주셨다.

○ 한농대 졸업반 때 출하회 결성
- 2015년 한농대를 졸업했는데 출하회는 2014년에 만들어졌다. 마지막 학기때 학교를 다니면서 함께 출하회를 만들었다. 출하회를 만들면서 3학년 때부터 내 작물(방울토마토)을 키우기 시작했다. 완숙토마토를 하시던 아버지도 출하회를 함께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방울토마토로 작목 전환을 했다. 아버지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친환경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하회까지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농대 졸업 후 아버지와 의견 충돌은 생겼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대견하게 생각하셨다. 그래서 아버지도 한농대에서 진행했던 2년과정의 마이스터대학 과정을 수료하셨다. 그 후 아버지와 대화가 잘 됐다.

○ 학교급식과 로컬푸드직매장에 출하
- 시설 하우스 700평, 노지 1천여 평의 규다. 하우스에는 방울토마토를 중심으로 하고, 노지는 수매 품목 위주로 재배하고 있다. 급식과 로컬매장에 출하하고 있는데 50:50이다. 오이, 토마토, 양배추, 양상추 등을 하시는 아버지도 급식과 로컬매장에 출하 하신다.

○ 열악한 농업여건으로 소득 적어 걱정
- 계속해서 친환경 농사를 하고 싶은데 현재 규모로는 결혼해 가정을 꾸릴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농사를 늘리고 싶지만 군포지역에서 농지를 늘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고민이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결혼할 자금도 준비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 연애도 해야 하는데 돈은 직장 다니는 사람보다 적고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다 보니 사람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없어 답답하다. 작년에는 일기불순으로 흉년이 들면서 소득이 반토막 났다. 급식이 없었으면 벌써 농업을 그만뒀을 것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구조로는 답이 안 나와 걱정이다. 최근에는 농관련 회사에서 취업 의뢰가 오고 있는데 차라리 직장을 다녀야 하나 하는 고민도 많다. 2~3천만원을 받더라도 월급으로 받으면 다 내돈인데 농사를 해서 번 돈은 자재비, 인건비 빼고 나면 얼마 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면적이 필요하다
- 아무리 농사 기술이 안정된다 해도 지금의 구조로는 큰 소득을 올릴 수 없다는게 문제다. 결혼은 해야 하는데 모아 놓은 돈은 없고 작년에 흉년으로 주저 앉으니까 너무 힘들다. 올해까지 무너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다른 일을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생산면적도 늘리기 어렵지만, 설사 늘어난다고 해도 생산 기술이 함께 따라줘야 하기 때문에 간단치 않은 문제다. 농지가 줄고 있는데다 친환경을 할 수 있는 농지는 더욱 더 한정돼 있어 문제가 크다.

○ 결혼 계획
- 개인적으로는 결혼에 대한 목표가 생겼다. 올해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게 목표이고, 내년에는 결혼을 하는게 목표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밖에 나가 사람 만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농사도 잘 해야 하고..걱정이다.

○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 급식사업 하면서 주위에서 도와 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센터에서도 많이 도와 주시고, 연합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신다. 다른 시군출하회 회장님들도 많이 도와 주신다. 이젠 출하회가 어느정도 체계를 갖추어졌으니까 다른 분이 회장을 맡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염두에 두고 있는 분이 있다. 그 분이 회장을 맡으면 연애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총무는 내가 맡아도도 된다. 그런데 그 분이 감투 쓰는 걸 안 좋아 해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