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생산자와 함께하는 2018 군포시농장토크콘서트’가 열린 17일은 하필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오전까지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요란한 비가 왔고, ‘농장에서 하는데, 제대로 행사가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 한가득 생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행사가 진행되는 오후부터 비가 ‘딱’ 그치더니, 행사를 마무리할 때가 돼서야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농장견학을 할 때 땅이 조금 질척거리는 것 말고는 불편함도 없었다. 지난해 농장토크콘서트 첫 테이프를 끊었던 군포시는 올해 토크콘서트 주제로 푸드플랜을 제시했다. “다소 어려운 주제일수 있지만, 미리 알고 준비해야 한다”는 군포수리산출하회 유정현 회장의 요구였다. 군포시 농장토크콘서트는 수리산자락에 위치한 수리산농원에서 진행됐다.

▲ 토크콘서트에 앞서 참가자들이 수리산농원을 견학하고 있다.

본격적인 콘서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군포수리산출하회 강영석 사무국장의 농장을 견학했다. 강영석 국장의 인솔로 참가자들은 하우스와 노지에서 재배되는 여러 작물들을 둘러보면서 친환경 농업의 어려움과 가치를 직접 느끼는 기회를 가졌다. 군포시를 비롯해 의왕시, 안양시에 온 참가자들은 “인근에 이렇게 좋은 친환경 농장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한우 축사를 운영하고 버섯까지 재배하는 강 사무국장에게 “농업, 축산업에 임업까지 안하는 게 없다”며 젊은 농부를 격려했다.

‘푸드플랜’에 대해 공부해봅시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푸드플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식량닷컴 김규태 공동대표가 ‘푸드플랜 정책 및 지역 푸드플랜 구축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푸드플랜이라고 말은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많지 않다”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 식량닷컴 김규태 공동대표가 '푸드플랜 정책 및 지역 푸드플랜 구축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김규태 대표는 “푸드플랜이란 지역 내 먹거리 순환체계 구축을 통해 지역의 사회, 경제,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공영역에서의 대응전략”이라고 정의했다. 수입개방과 자유무역으로 정부의 식량정책이 실패한 가운데 학교급식 운동 및 로컬푸드 운동을 기반으로 푸드플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푸드플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푸드플랜에 대한 정책방향 숙지 △현황조사 △민간 푸드플랜 TF 조직 △지역 푸드플랜 TF 구성을 통한 지역먹거리 통합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학교급식지원센터가 푸드플랜의 중심거점이 되어야 한다면서 “푸드플랜은 반드시 민관거버넌스 형태로 준비하고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포지역 푸드플랜 구축을 위해서는 급식지원센터와 군포시를 중심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행정, 먹거리 단체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군포지역의 경우 생산자보다 소비자가 많은 지역인 만큼 이러한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모니터링단의 활동을 강조하면서 주제발표를 마무리했다.

▲ 2018 군포시농장토크콘서트가 지난 17일 수리산농원에서 50여명의 학교급식 및 먹거리단체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푸드플랜'을 주제로 열렸다.

푸드플랜 구축·친환경농업 활성화 위해 상호 협력필요
김규태 대표를 좌장으로 이어진 토크콘서트에서 토론자들은 푸드플랜과 학교급식, 친환경 농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군포 한살림생협 박연미 회원은 “이제 생협은 단순히 소비자적인 입장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먹거리 정책에 생협은 물론 지역과 시민이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급식모니터링단 윤점숙 단장은 “모니터링단, 급식소위 등 학부모의 활동이 강화되고 학부모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교육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현장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양서초등학교 정명옥 영양교사는 “2002년부터 급식운동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도 급식현장, 생산자, 학부모 모두 힘들고 불만이 많다. 이는 농정과 교육정책, 지역정책과 국가정책이 서로 연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농정과 교육정책을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 선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무상급식경기도운동본부 구희현 상임대표 역시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푸드플랜 정착을 위한 법과 제도, 시스템의 정착과 함께 새로운 동력이 요구된다. 도농상생과 사회적 공유경제, 협동조합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콘트럴 타워로써 광역통합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이에 대한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포수리산출하회 유정현 회장은 “푸드플랜은 학교급식의 외연확장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학교급식을 통해 이룬 성과들이 공공영역과 시민의 삶에 직접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푸드플랜이고, 수입농산물, GMO가 대부분인 가공식품을 우리 지역농민이 생산한 것, non-GMO로 바꾸는 것이 푸드플랜이다”라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살림경기남부생협군포 박명수 前 지부장은 “지역내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농가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생협회원들과 함께 일손돕기를 진행했다. 친환경 농산물의 판로확대를 위해 지역민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의왕아이쿱생협 김지나 이사는 “로컬푸드는 지역먹거리 소비만을 넘어 친환경을 알리고 확대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값지게 생산한 작물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생산자와 함께 친환경 농업을 홍보하고 알리는 이벤트, 캠페인을 하면서 시민과 어우러지는 장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군포시농장토크콘서트는 궂은 날씨와 외부일정으로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참가자들의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오늘 모인 사람들이 더 활성화 되는 모임을 만들고, 먹거리에 대해 시민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로 확대되어 지속적으로 운영되길 바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구체화 되면서 군포시만의 푸드플랜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전체 경기도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군포시가 하나의 불씨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비롯해 지역의 친환경 농업 생산자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뜨거웠다.
 
그렇다. 누구하나가 나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다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운동가와 시민, 행정과 시민사회가 모여 우리 지역에 맞는 푸드플랜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소통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리고 군포시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이미 그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 군포수리산출하회에서 준비한 친환경꾸러미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참가자들.